「아시아」각 국의 최근동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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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중공정상회담으로 말미암아 조성되고 있는 「아시아」정세의 변화에 대응해서 「아시아」제국들은 미·공간 긴장완화를 받아들이면서 개별적·집단적으로 저마다 자기나라의 안전보장을 튼튼히 하기 위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있는데, 최근에 나타난 몇 가지 중요한 동향을 적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동남아 5개국(태·비·인니·「말레이지아」·「싱가포르」)은 작년 말에 「쿠알라룸푸르」에서 외상회의를 열고, 이른바 「평화·중립」을 선언하고 강대국에 의한 내정간섭을 배격했었다.
둘째, 최근 일본외무성은 중공까지 참가하는 「아시아」제국합의를 제의, 여기서 「무력불행사」를 선언하고 군비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를 행함으로써 「아시아」의 『일반적인 안전보장체제』를 수립하여 보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세째, 비율빈의 「마르코스」대통령은 중공과 일본 등을 포함하는 「아시아」확대정상회담을 제의하면서 그 같은 회담이 「아시아」의 모든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제반 당면문제를 토의하는 『협의의 광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째, 「말레이지아」는 오는 6∼7월 중에 서울에서 열리는 『아스팍 (아시아·태평양협의회) 각료회의』를 「보이코트」할 기색을 현저히 보이고 있다. 이 나라는 『동남아국가연합』안에서 동남아 중립화 기구를 둘 것을 주장하면서 급격히 중공 측에 경사하고 있는데, 「말레이지아」가 불참할 경우, 비·태·호·「뉴질랜드」 등 대 중공접근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나라들도 흔들려 결국 「아스팍」의 성격변화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대만의 국민당정부는 소련 등 비중공계 공산제국에 대한 문화적·경제적 장벽을 자진하여 철수했는데 이 비정치적 해빙외교는 정치적 해빙외교로 번질 요소를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
이상 몇 가지 움직임은 최근의 미·중공 접근화해기운에 대한 자유 「아시아」제국의 예민한 반응을 잘 나타내고 있다. 더 말할 것도 없이 모든 나라는 정세변화의 도전을 받아들이면서 새로이 국제권력정치상 좌표를 설정, 안보태세를 재정비하고 국가이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해나갈 권리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아시아」의 자유제국이 각각 그 국가이익을 추구하는데 가장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방향에서 국제정치상 새로운 진로를 개척하겠다는데 대해서는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제국이 긴장완화나 안보, 나아가서는 경제적 번영을 위해 다른 「아시아」 국가나 혹은 비「아시아」국가들과 공동보조를 취하고자 하고 또 이로 말미암아 「아시아」 지역내의 기존정치부서가 크게 뒤흔들릴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당사국들이 응분의 관심을 갖고 정정당당히 의사표시를 해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일본이 구상하고 있는 『「아시아」제국회의』안이나 비율빈대통령이 제의한 『중공을 포함한 『「아시아」정상회담안』등은 아직도 암중모색의 단계를 벗어나고 있지 않지만, 「말레이지아」의 불참가로 「아스팍」이 변질할 우려가 있다는데 대해서는 「아스팍」을 결성하고 유지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해왔던 한국으로서는 외교면에서 중대관심사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이른바 총력외교를 가지고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이미 획득한 지위나 권익을 계속 확보·신장하는 한편, 중공「붐」에 편승한 북괴의 국제적 진출을 막는데 주력하고있다.
이와 같은 외교정책노선은 물론 타당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을 가지고서는 우리 나라가 국제정세 변화에 수동적으로 순응해 나가는 것을 가능케 할 뿐, 국제권력정치무대에 있어서 「이니셔티브」를 취할 수 없음을 솔직이 인정해야 한다.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공산침략의 중압을 받고있는 우리한국으로서 「아시아」의 긴장완화나 집단안보를 위해 내세울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겠는가,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아가지고 한번 대담하게 제시해 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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