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남북접촉 또 엇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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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라종일 국가안보보좌관의 베이징(北京) 북측인사 접촉 파문과 관련, 청와대가 5일에 이어 6일에도 손발이 안맞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과 羅보좌관의 주장이 연이틀 회의석상에서 정면 배치되는 장면이 여과없이 공개된 것이다.

6일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시작 직전. 羅보좌관은 기자들에게 "사적인 만남이었다. 의논할 사항이 많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사관에서도 어제 전화가 와서 이러한 대북정책을 1천% 지지한다며 이 얘기를 기자들에게도 적극 해주라고 하더라. 나쁜 것 한 게 아니라고 이해해 달라"고 주장했다.

조금 뒤 盧대통령이 회의장에 들어왔다. 盧대통령은 자리에 앉자마자 "어제 오늘 다사다난한 일이 많았다. 진대제 장관 건도 있고, 羅보좌관 문제도 있고…"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러자 羅보좌관이 말문을 열었다.

▶羅보좌관=제가 공개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盧대통령=비공개로 하세요. 조금 삭여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보고하세요.

▶羅보좌관=(자기 자신을 지칭하며)羅보좌관 문제는….

▶盧대통령=(말을 자른 뒤 언성을 약간 높이며)비공개로 합시다. 남북관계 문제 보고해 주세요.

이에 대해 송경희 대변인은 "羅보좌관이 약간 감정적인 상태여서 대통령이 진정시키려고 그렇게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宋대변인은 이어 "盧대통령과 羅보좌관은 오늘도 약간의 이견이 있었다.

盧대통령은 오늘이라도 가서 설명할 수 있으면 하라고 했다. 하지만 羅보좌관은 (공식적으로)하기 어려운 입장이라고만 말했다"고 전했다.

羅보좌관은 본지가 특종 보도한 지난 5일 아침 회의 때에도 "투명성을 지키는 게 중요하므로 밝힐 게 있으면 밝혀야 한다"는 盧대통령의 주문에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며, 국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羅보좌관은 연이틀 대통령의 해명 지시를 거부한 셈이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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