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해부] 불입기간·액수 서로 인정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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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2001년 말 보건복지부에서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李모(46)전 사무관은 공무원 연금을 받지 못한다. 李씨의 연금 가입기간은 16년. 공무원 연금을 받으려면 최소한 20년간 가입해야 하는데 이를 채우지 못했다. 대신 몇천만원의 일시금을 받았다.

李씨는 민간기업에서 국민연금을 새로 들었다.

하지만 국민연금을 받으려면 최소한 10년은 가입해야 한다. 만약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李씨는 공무원 연금도, 국민연금도 못 받는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공무원.군인.사학(사립학교 교직원) 등 3개 특수연금과 국민연금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세 가지 직업군에 있을 때 불입한 기간과 돈을 국민연금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3개 특수연금 간에 이동할 때에 한해 연계가 돼 연금 가입이 계속 인정된다. 다른 쪽으로 이동했을 때는 그쪽 연금을 새로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李씨와 같은 '연금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다.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10만명 정도가 3개 직업군에서 국민연금으로 이동했다.

이 중 3개 직업군에서 20년을 못 채운 사람은 6만명 정도에 달한다. 반대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가 10년을 못 채우고 3개 특수연금으로 옮긴 경우는 1만1천여명이었다.

연간 7만여명이 연금 사각지대에 빠질 위험성을 안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간인의 공직 취임이 늘어나고 공무원.군인 등의 기업 진출이 활발해지는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개 특수연금과 국민연금이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제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연금을 받는 최소 가입기간이 특수연금은 20년, 국민연금은 10년이다. 보험료율은 특수연금이 17%인 데 비해 국민연금은 6~9%다. 또 특수연금은 소득의 76%를 연금으로 지급하지만 국민연금은 60%만 커버해준다.

특히 국민연금보다 재정상황이 더 안 좋은 특수연금의 경우 가입자가 자격을 상실했을 때 이미 낸 돈을 일시불로 주는 것이 나중에 연금으로 지급하는 것보다 유리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과의 연계를 꺼리고 있다.

연금공단 이용하 부연구위원은 "특수연금에서 국민연금으로 이동할 경우 특수연금 가입기간만큼의 국민연금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도록 하고 가입기간을 인정해주면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李모 전 사무관의 경우 16년치 국민연금 보험료를 계산해 한꺼번에 내도록 하고 16년을 국민연금 가입기간으로 인정해주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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