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교향악단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때는 음악가 모두가 정상급 「솔리스트」를 꿈꾸고 음악수업을 시작하지만 누구나 그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만큼 기회와 재능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 또 음악교육기관의 정원과 음악학도의 수가 급격히 증가한 지난 l0여년 동안에는 음악대학을 졸업한 음악도들도「솔리스트」이의의 직업을 택해 진출하는 다양성을 보이고 있다.
다른 어떤 분야에 비해서도 여학생비율이 높은 음악학과지만 졸업한 뒤의 사회활동은 오히려 남자에게 뒤떨어진다. 음악도들의 제1의 꿈인 연주가 겸 교수직도 훌륭한 「테크닉」과 외국수업 경력 등이 없이는 차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음대를 졸업한 뒤 유학을 떠나지 않으면 집안에서 개인교수를 맡는 것이 보통이다.
「오키스트러」의 연주가로 진출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여성의 경우 교향악단에서 맡을 수 있는 부문이 제한되어 있어 참가 가능 인원수도 자연히 줄어들게 마련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신체적인 부담이 큰 관악기나 타악기를 연주하지 않고 있어 이 부문은 남성들이 우선 기회를 갖는다. 가끔 한 교향악단에서 한 두 명의 여성 「플루트」 연주가를 찾을 수는 있으나 그밖에는 모두가 현악연주가들이다.
「오키스트러」의 연주가는 대부분 각 학교의 추천을 받은 대학졸업자들이 모여 지휘자 및 각 부문 수석연주자로 구성된 심사위원 앞에서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다. 이 「오디션」은 졸업 「시즌」과 관련 없이 인원이 부족한 분야별로 거의 매달 실시되며 선발기준에 남·여의 차별은 전혀 찾을 수 없을 만큼 공정하다.
「오키스트러」연주가는 하나의 직업인 것은 틀림없으나 연간 연주횟수가 그리 많지 않고 연습시간도 하루 3시간 이내에 그치기 때문에 단원들의 거의가 「파트·타임」 직업으로 생각하고 부담 없이 활약할 수 있다. 국립교향악단(구 KBS교향악단)의 창단 「멤버」이며 l6년간 「오키스토러」 생활을 해온 고순자씨(목관악기 부수석주자) 는 『여성의 직업으로는 신체적 부담이 적고 자유시간이 많아 가정생활에 지장을 느끼지 않으며 보통 연습이 있는 오전에는 바쁘지만 오후에는 학교에서 강의와 개인지도를 하고 산휴도 2달씩 받을 수 있어 살림살이도 충분히 꾸려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가정생활과 악단생활을 병행하는데도 다른 직업과 같이 개인의 능력과 노력차이가 두드러진다』고 말하고 『독주가로서 경력을 쌓고 기술을 연마하는데도 「오키스트러」 생활이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오키스트러」에서는 보통 연주가 등급을 수석주자 중간주자 신참자 등 3가지로 나누거나 수석차석 1, 2, 3급 등으로 나눈다. 보통 여성들은 악단생활을 오래 계속하지 않으므로 대부분이 1,2,3급이나 신참 연주가「그룹」에 끼며 여성수석주자는 시립교향악단과 국립교향악단을 통틀어 고순자씨 한사람 뿐이다. 남녀 단원의 선발 기준에 차이가 없듯이 보수면에서도 남녀의 차별은 없다. 보수지급의 기준이 되는 것은 연주분야, 경력, 실력이다. 여기서 평가되는 실력은 상당히 주관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으나 연주가의 「독주능력」보다는 「오키스트러」 안에서 연주활동을 소화해내는 능력을 우선으로 평가한다.
교향악단 연주가의 보수는 월평균(국립교향악단의 경우) 최고 2만2천원, 최하 1만3천원이며 여성연주가들은 거의가 경력이 적어 보통 1만3천원씩 받는다.
하루 3시간정도의 연습밖에는 시간을 뺏기지 않고, 연습과 연주가 곧 실력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장점은 있으나 외국의 기준에 비해 불 때 이들의 보수는 엄청나게 적은 편이며 이는 단원들이 악단생활이외의 직업을 갖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교향악단으로 손꼽히는 국립교향악단과 시립교향악단에는 각기 여자단원이 10명과 25명씩 참가하고 있다. 국향과 시향 이외에도 작은 악단들이 연주회 때마다 결성되기도 하지만 교향악단의 수가 적고 또 활약도 저조한 우리 나라에서는 여성이 악단원이 될 기회 또한 상당히 제한되어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영애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