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조장비가 노인 도우미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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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장애인용 운전 시뮬레이터는 고령자에게는 인지 기능을 되살리는 유용한 도구가 된다. 사진은 대구대 재활과학대학 4층에 마련된 장애인운전재활센터의 모습. [사진 대구대]

장애인 교육에 앞장서 온 대구대는 특히 재활 분야 연구에서 독보적이다. 경북도는 대구대의 장애인 재활 연구 기반과 성과를 지역의 고령친화(실버)산업으로 확장시켜 나갈 방침이다. 고령자와 장애인은 같은 길을 간다. 고령자는 건강이 무너지면 재활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북 경산시 진량읍 대구대 재활과학대학 4층의 장애인운전재활센터. 장애인이 이동권 확보에 필수적인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시뮬레이터(컴퓨터로 실제 장면과 같도록 재현하는 장치)로 운전을 익히는 공간이다. 장애인이 이곳을 찾으면 운전재활전문가가 먼저 신체·지각·인지 등 임상평가를 한 뒤 적합한 운전보조장비를 선택하고 설치한 뒤 시뮬레이터 훈련 등 운전 연습을 도와 준다. 2009년 센터가 문을 연 뒤 50여 명이 훈련을 거쳤고 그 가운데 13명이 운전면허증을 따는 데 성공했다. 서울 국립재활원에만 있던 시설이 경북에 들어선 것이다.

  이들 장비는 인지 기능이 떨어지는 고령자용으로도 활용되는 추세다. 센터는 지난 6월 고령자가 많은 부산국제장애인협의회에 운전 시뮬레이터 9대와 함께 훈련 프로그램을 공급했다. 재활공학과 김용철(44) 교수는 “고령자는 운전 시뮬레이터 훈련을 통해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시뮬레이터 조작을 통해 장애인이 운전면허증을 딴다면 고령자는 인지 능력을 되살리는 것이다.

 대구대는 고령사회연구소(소장 김미령)도 운영 중이다.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 사회를 노인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정책을 만들자는 연구소다. 예를 들면 노인들은 백내장·녹내장 등으로 젊은 세대와 달리 TV 대신 라디오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고령사회연구소는 콜로키움을 통해 실버산업 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이 대학 기계자동차공학부 이수철 교수가 ‘고령친화 복지차량 및 로봇기술 동향’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대구대 LINC사업단장인 최병재(48) 교수 연구실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이 내장된 ‘시각장애인용 길 안내 지팡이’ 시제품이 있다. 대구대가 개발 중인 길 안내용 ‘스마트 지팡이’다. 이처럼 대구대는 학교 안 곳곳에 장애인 복지를 향상시킬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길 안내 지팡이만 해도 학교 안에 효용성을 시험할 시각장애인이 많아 연구가 용이하다는 것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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