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술의 대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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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화는 가치를 창조하며, 또 창조된 가치를 지탱해준다. 가치창조를 위한 에너지를 마련해주지 못함 때 문화는 정체성을 띠게 마련이다.
이렇게 불때 오늘날 우리 사회에 있어서의 도든 가치질서의 혼란은 바로 우리네 문화활동의 혼란과 정체를 반영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마련했다는 문예중흥장기계획의 큰 테두리 안에서 지난 17일 문공부가 밝힌 업무계획보고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게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동보고에 의하면 금년도에는 특히 『건전하고 명랑한 대중예술을 보급한다』는데 중점을 두고, 이를 위하여 국민개창운동·대중연극운동 또는 새로 정부에서 인수한 예그린 악단을 주체로한 민속 뮤지컬의 보급 등 다각적인 계획을 까놓고 있다.
국민의 일상적인 가치관과 가장 직결되어있는 것은 대중예술이다. 따라서 자칫하면 행정과 소비와 향락풍조 속에 젖어들기 쉬운 오늘의 대중에게 긍정과 생산과 전진에의 적극적 가치관 내지 진취적 삶의 자세를 안겨줄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의 하나는 대중예술이라고도 말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관을 담은 대중예술의 틀을 잡아 주고 이를 또 어떻게 보급시키느냐는 것은 적자 않은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다.
참다운 의미의 가치창조를 가능케 하는 것은 어디까자나 고층예술(하이브라우) 이지, 대중예술은 아니다.
따라서 대중문화예술의 질적 향상을 아무리 외쳐본다 하더라도 고층예술이 낙후되어 있을때에는 올바른 방향에의 정립 작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거나 적어도 무의미한 것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또 한편 오늘의 대중예술은 그 성격상 매스·미디어를 바탕으로 하는 것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아무리 학교·직장 또는 마을단위의 건전 예술활동을 장려한다 하더라도 그것이 매스·미디어와 유리되어 있을 때에는 조금도 대중사이에 뿌리를 박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매스·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될 것이 예상되기도 하지만, 당국자가 이때 결코 저버려서는 안될 기본적인 문젯점이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정부는 예술을 장려하고 보호할 수 있으며 또 그런 의무까지도 지고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정부 권력이 예술의 방향을 설정한다든가 지도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위험을 수반하기 쉬운 것이다. 정부에 의한 예술의 지도란 자칫하면 창작활동을 위축시킬뿐, 새로운 몬럴의 모삭과 그 확립에는 도리어 행정적인 작용을 하게되기 쉽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문젯점은 왜 대중예술이 문제되어야 하는가하는 인식과 관련된 것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대중에게는 대중을 위한 문화예술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만 대중예술이 문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무리 대중문화의 질을 높인다 하더라도 그것이 바로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예술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대중예술은 그 본질상 어디까지나 대중예술로 끝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예술의 진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참다운 예술에 대한대중의 애호심과 기호를 높임으로써 예술에 대한 대중층, 곧 그 저변인구를 넓힌다는 문제일 것이다.
예술의 대중화운동의 목적은 바로 이런데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기본선상에 놓여있을 때에만 문예중흥을 위한 어떠한 대중예술운동도 결실을 보게 된다는 인식을 앞으로의 계획운영에 반영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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