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4백m」된 「5천m」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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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체전스케치>
육상·수영·체조 등 타 종목의 감독·「코치」들이 심판을 대행하는 등 혼란을 빚은 빙상대회는 13일 남자일반5천m경기에서 선수들을 「트랙」을 한바퀴 더 돌게 한 「난센스」를 빚었다.
더구나 대회본부는 이 사실을 안 후 「래프·타임」을 기준으로 각 선수들의 기록을 멋대로 조작, 선수들의 성적을 내는 가하면 1, 2, 3위는 버젓이 대회 신으로 발표해 관중들을 아연케 했는데 말썽 나자 하룻만에 공인을 취소했다.
4백m「트랙」을 12바퀴 반을 돌게 돼있는 이 경기에서 선수들은 심판착오로 13바퀴 반인 5천4백m를 뛰었음이 알려지자 대회본부는 12바퀴 반에서의 「래프·타임」에서 「라스트·스퍼트」를 감안, 일괄적으로 3초를 뺀 것을 5천m의 기록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1위로 「골·인」한 한광렬이 5천m 통과지점에서 앞섰다는 조홍식에게 뒤져 2위가 됐다.
공인 심판 없이 경기임원들에 의해 멋대로 조작된 이 기록이 공인된다면 한국기록의 국제적 공신력에 금이 갈 듯.

<빙상계 놀라게 했던 정충구 선수 피납설>
「삽보로·올림픽」에 임원을 적게 보내고 그 임원이 다른 편의 사람이라고 해서 심판「보이코트」와 대회진행을 기피하는 등 잇단 추문을 남기고있는 빙상계에는 13일 정충구 선수를 모 임원이 데리고 나가 잠적했다는 얘기가 퍼져 한동안 체육회간부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
「삽보로·올림픽」출전의 유일한 남자선수인 정충구(육군)는 이날 경기를 마치고 상오l0시쯤 소속부대의 윤모 감독과 함께 나가더니 행방불명이 됐다.
묘하게도 윤모 감독은 심판「보이코트」등에 관련된 장본인이며 정선수가 나갈 때는 아무런 얘기도 없었다는 것이어서 이들의 잠적「뉴스」는 곧 납치설로 까지 퍼져 체육회 임원·기자들의 신경을 바짝 긴장시켰던 것.
끝내는 윤모 감독이 정 선수를 부대의 상관에게 출국인사를 시키고 단복을 맞추기 위해 사전에 통고하고 외출했었다는 해명이 있어 오해는 풀렸지만 마침 때가 때인지라 이날의 소동은 한동안 체육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것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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