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년에 이월된 세계의 초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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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국제정치사회의 구조적 변화는 전후의 양극구조로부터 다원적인 새로운 국제질서를 형성했다.
미·소의 핵균형을 바탕으로 한 양대국체제는 미·소의 전면전쟁은 억제해왔으나 월남전, 인-「파」전의 예처럼 국지전을 억제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핵억지력에 의한 군사력은 차츰차츰 직접적인 전쟁의 수단이라기보다 간접적으로 정치적 영향력행사의 수단으로서의 성격으로 변모하고 있다.
오는 2월 「닉슨」미국대통령의 중공방문으로 막을 여는 72년 국제무대에 「클로스업」될 큼직한 『공연물』들은 새로운 국제질서에 따라 각기 제나름대로의 해결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닉슨의 중·소 방문>
「닉슨」대통령의 방문으로 실현될 미·중, 미·소 수뇌회담은 7l년부터 진행돼온 미·중·소 3국「게임」의 절정을 이룰 것이지만 당장 현실적인 긴장완화와 평화「무드」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닉슨」의 중공방문으로 현재 기대하고 있는 것은 즉각적인 외교관계의 수립보다는 초보적인 연락수단의 모색, 문화교류, 무역관계수립의 제2의적인 것에 그칠 것이다.
중공으로서는 대만·월남전·일본의 국방문제·한반도 등 중공자신의 안전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극동전역의 안전보장문제에 관심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중 수뇌회담의 실질적인 성과가 제2의적인 것에 머무를지라도 이 회담의 실현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중요한 국제정치적인 의미를 지니게될 것이다.
5월의 미·소 수뇌회담은 SALT(전략무기제한회담), 「유럽」안보회의 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인-「파」전쟁에서 보여준 인도아대륙에서의 미·소의 이해대립은 양국회담이 순탄치 못할 것을 전조하고 있다.
「닉슨」의 속셈은 중·소와의 수뇌회담결과가 제2의적인 것으로 끝나더라도 긴장완화를 위해 노력했다는 인상을 미국민에게 주어 오는 11월의 대통령선거에 임하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도지나전쟁>
한때 54만명을 넘던 주월미군은 71년 말 현재 약 15만명선으로 줄고 오는 11월의 미대통령선거전에는 10만여명이 더 철수, 2만5천 내지 3만5천선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인지반도에서의 군사적 대립이 종결단계에 접어들고 정치적인 해결을 지향하고 있음을 뜻한다. 금년에는 당사국간의 협상이 진행되어 전쟁의 대체적인 종결은 73년에나 기대할 수 있겠다.
남북월남의 상호 주권국가의 수립인정 등에 따른 정치적 해결을 종국적으로는 인지전역의 중립화를 예상케 한다.
인지반도의 초점은 월남보다도 구조적으로 취약한 「론·놀」「캄보디아」정권으로 옮겨지고, 「캄보디아」에서의 공산측의 세력확대는 인지중립화 구상에서의 『협상담보물』로 이용될 공산이 크다.

<인·「파」관계 「뱅글라데쉬」>
인-「파」전쟁의 결과는 양국간의 대립, 「뱅글라데쉬」의 탄생이라는 사실뿐만 아니라 종래의 인도양지역에서의 세력균형을 깨뜨려 새로운 세력균형 형성의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인-「파」전은 미·중·소 3극 구조의 출현 후 첫 국제분쟁으로서 3대국의 영향력이 첫 시련을 겪은데서도 주목을 끌었다. 대「파」승전으로 대「파」입장이 크게 유리해진 인도는 「뱅글라데쉬」독립의 기정사실화를 끝까지 주장할 것이다.

<중동>
「이집트」·「이스라엘」은 현재 군사면에서 팽팽한 균형상태에 있다. 대「이스라엘」결전을 되뇌고 있는 「이집트」로서는 국내적으로 특별한 불안이 없는 한 전쟁을 도발하지는 못할 것이다.
군사적인 승산도 희박하려니와 양국배후의 미·소가 전화를 바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강대국 및 「유엔」에 의한 평화해결을 바라고 있으면서도, 대중공문제·구주안보회의 등 다른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는 강대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대「이스라엘」결전을 되뇌며 대내외적으로 긴장상태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반면 「이스라엘」측은 중동분쟁을 최소한도로 국지화 하여 현상을 고정화하려고 계속 대「아랍」직접협상을 고집할 것이다.

<유럽안보회의>
「유럽」대륙에서의 군사적 위협제거를 목표로 한 「유럽」안보회의의 개최는 작년 12월 「베를린」문제의 타결로 올해 개최될 공산이 증대되었다.
금년 봄으로 예정된 독·소, 독·파 조약 및 「베를린」협정이 정식 비준 발표되면 준비회의가 소집될 것이다.·
실현시기는 확실치 않으나 대략 30개국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의의 의제로서는 동서양진영의 군사력 축소, 동서경제교류방안 모색, 문화교류 등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금까지의 핵무기분야에서 대소우위의 전략에서 「충분」의 전략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호 과도한 핵무기개발경쟁에서 오는 경제적 부담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에서 비롯된 SALT는 미·중공관계의 급진전으로 이를 견제하려는 소련측에서 서두르는 감을 주고있다.
이 회담은 오는 5월 「닉슨」의 소련방문까지에는 방어용「미사일」인 ABM을 중심으로 한 미·소간의 최초의 전략무기제한협정을 실현시킬 가능성이 보인다.

<분단국의 「유엔」가입>
72년 「유엔」에서의 최대 「이슈」 중의 하나는 분단국가입문제가 될 것이다. 독·소 조약, 「베를린」문제의 타결로 동서 양독이 올해 동시에 가입될 전망이 밝아졌다.
남북월남은 월남전이 종결되기 전에는 「유엔」동시가입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경우도 금년에 남북한 동시가입론이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더우기 중공이 「유엔」에 등장한 이후로는 한국측에 불리한 제안이 대두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한국문제 토의에서 남북동시 초청안이 중공의 강력한 뒷받침으로 제안될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김동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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