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정원 수사 감찰' 납득할 결과 내놔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대검찰청이 윤석열 전 국정원 사건 특별수사팀장에게 중징계를 청구하고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은 무혐의 처리키로 했다.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보고 누락 논란과 관련해 한쪽에만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 내리는 셈이다. 이번 결정을 놓고 검찰 안팎에서 형평성 시비가 커지고 있다.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 8일 감찰위원회를 열고 윤 전 팀장과 박형철 부팀장에 대해 각각 정직 3개월, 감봉 1개월의 징계를 청구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을 스스로 요청했던 조 지검장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한다. 지난달 17일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해 조사하고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인 보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책임을 수사팀에 묻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검찰 수사가 규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뤄진다면 수사권이 오·남용될 소지가 있다. “조 지검장을 모시고 사건을 더 끌고 가긴 어렵다고 생각했다”는 윤 전 팀장 발언도 적절치 않았다.

 그러나 수사팀 항명(抗命) 논란과 함께 제기된 외압 의혹 역시 반드시 규명돼야 할 일이다. 윤 전 팀장 주장대로 조 지검장이 보고를 받고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를 내면 하라”고 말한 게 사실인지, 그런 발언이 어떤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 밝혀져야 한다. 법원은 수사팀의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을 받아들인 상태다. 대검도 “철저한 감찰조사로 진상을 밝히고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런데도 감찰을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외압 의혹은 없었다고 한다면 어떻게 그 결과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절차상의 문제만 징계하고 내용상의 문제는 외면한다”는 비판엔 또 뭐라고 답할 것인가.

 감찰과 징계는 조직 내부의 일이란 시각에도 일리가 있지만 수사 라인의 갈등이 생중계되면서 많은 국민이 주목하는 사안이다. 더욱이 대검이 공개적으로 ‘철저한 진상 확인’을 다짐한 이상 수사 과정의 모든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야 할 것이다. 공식 발표에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제시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