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챔스 환호 광저우 김영권 "리피 감독이 저 보고 아들이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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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뒤 리피 감독(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김영권]

중국 프로축구 광저우 헝다가 지난 9일 밤 톈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3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에서 K리그의 FC 서울과 1-1로 비겼다. 후반 13분 광저우의 엘케손이 선제골, 후반 17분 서울 데얀이 동점골을 넣었다. 두 팀은 1, 2차전 합계 3-3 동점을 이뤘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지난달 26일 서울에서 2-2 무승부)에 따라 우승컵은 광저우에 돌아갔다.

 광저우의 중앙수비수 김영권(23)은 수비를 안정적으로 조율했다. 서울의 공격 흐름이 그 앞에서 끊겼다. 김영권은 “프로 팀에 입단하는 게 꿈이었고 승리수당 한 번 받아보는 게 목표였는데 여기까지 왔다 ”며 활짝 웃었다.

 - 한국 팀을 상대한 기분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두 손을 올리며 기뻐했는데 서울 형들이 모두 쓰러져 울고 계시더라. 미안했다. 곧바로 최용수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짧게 말했다. ”

 - 서울은 어떤 팀이었나.

 “비디오로 분석한 것보다 훨씬 강했다. 특히 결승 2차전이 너무 힘들었다. 후반 35분 되니까 숨이 막혔다.”

 광저우는 올 시즌 22차례(정규리그·AFC챔피언스리그) 홈 경기에서 6골밖에 내주지 않았다. 홈 경기 19승3무. 서울이 결승 2차전에서 기록한 득점은 광저우가 AFC 챔피언스리그 홈 경기에서 내준 첫 실점이었다.

 - 마리첼로 리피(65·이탈리아) 감독은 어떤가.

 “리피 감독님은 밖에서 보면 이상해 보일 수 있다. 실제로 겪어보면 꼼꼼하고 영리하다. 훈련장에 직접 들어와 수비수들의 위치를 잡아준다. 유니폼을 손으로 당기는데 힘이 장난이 아니다. 우승 뒤에는 선수들과 한 명씩 기념사진도 찍었을 만큼 소탈하다.”

 김영권의 별명은 ‘리피 아들’이다. 리피가 김영권에게 “널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말한 게 알려져서다. 김영권은 “광저우 선수들에게도 소문이 났다. 엘케손이 자꾸 ‘리피 파파(리피 아빠)’라고 놀린다”라며 웃었다.

 - 리피 감독은 경기 중 소리를 지르더라.

 “무섭기도 하다. 특히 하위권 팀과 경기를 앞두면 더 긴장하라고 혼을 많이 낸다. 가끔 욕도 하더라(웃음). 열정과 지도력이 대단한 감독이다.”

 리피는 3월 전북 현대와 조별리그 경기에서 ‘몸이 좋지 않다’며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서울에서 열린 결승 1차전에서도 훈련할 운동장이 없다며 고집을 피웠다. 괴팍하지만 자신의 선수들은 끔찍하게 아낀다. 리피는 유럽 챔피언스리그(1996년·유벤투스)·월드컵(2006년·이탈리아)을 모두 우승해 본 유일한 감독이다.

 - 아시아 정상을 꿈꾼 적이 있나.

 “전혀. 그저 프로 선수가 되는 게 목표였다. 첫 프로팀인 FC 도쿄에서는 제대로 뛰지 못했다. 승리수당을 받아보는 게 가장 큰 꿈이었을 정도다. (승리수당 많기로 유명한 광저우에서 뛰는) 지금은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등 친구들이 귀찮게 한다. 며칠 뒤에 또 밥을 사기로 했다.”

 - 풋살 선수 경력이 있는데.

 “대학 시절 정진혁 당시 전주대 감독님이 ‘넌 유럽에서 뛰어야 할 선수다. 수비수로서 경기를 이끌어야 한다’며 풋살 대표팀에서 뛸 것을 제안했다. 풋살에서는 원톱 공격수였다. 풋살을 한 덕분에 경기를 직접 풀어가는 수비수가 될 수 있었다.”

 - 다음 목표는 유럽인가.

 “리피 감독님이 다른 팀 가시면 데려가지 않을까(웃음). 농담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당당하게 유럽에 가고 싶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본다.”

광저우=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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