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북한 누가 이기나' 우문에 '불리하다' 는 우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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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5일 국방부 정보본부에 대한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온 질의응답이 수준 미달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 김민기 의원이 “남북한이 싸우면 누가 이기느냐”고 질문했고 조보근 정보본부장이 “남한 독자적인 군사력으로는 우리가 불리하다”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민주당 정보위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남북이 1대 1로 싸우면 우리가 진다”고 조 본부장이 답변했다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공개했다.

 그러자 여론이 들끓었다. ‘예산을 북한의 30~40배를 쓰면서 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 ‘전력이 부족해 진다고 답하는 장군을 국민이 믿어야 하느냐’는 등 군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결국 김관진 국방장관이 나서서 “전쟁이 나면 북한은 멸망할 것”이라고 말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은 답답하기만 할 뿐이다.

 코흘리개나 어울릴 ‘싸우면 누가 이기나’라는 식의 질문은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그런데도 이런 질문이 종종 제기된다.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 비해 수십 배의 예산을 사용하는 우리 군이 한·미 동맹에 의존하는 자세를 비판하려는 꼼수다. 그런데도 조 본부장이 말려들었고 정청래 의원이 ‘잘 걸렸다’는 식으로 과장해 폭로한 꼴이다.

 북한은 전력의 80%를 최전방에 배치해 두고 있을 뿐 아니라 매우 호전적이다. 6·25전쟁은 물론 그 이후에도 수많은 도발을 일으켰다. 핵무기와 다량의 생화학무기 등 비대칭무기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북한이 공격해 올 때 우리가 입을 피해는 막대할 수밖에 없다. 국방예산을 몇 배로 늘리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한·미 동맹이 중요한 것이다. ‘전쟁은 곧 패망’임을 북한이 철석같이 믿도록 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지키는 일마저 수시로 정쟁거리가 되는 일은 꼴사납다. 우문(愚問)에 우답(愚答)이 나오면 웃고 지나가면 될 일을 국방장관이 나서서 정색하고 수습해야 하는 일도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