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능한 스파이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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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기자]

스파이(Spy)는 전문적으로 군사·외교·산업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사람이다.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는 뜻의 고대 프랑스어 'Espire'가 어원이다.

스파이는 그 이름만 들어도 일반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여기에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인 '007 시리즈'의 영향이 적지 않게 미쳤다. 유능한 스파이는 때로 국가의 운명을 바꾸고 역사의 물줄기를 돌려놓기도 한다.

정보의 힘이 그 만큼 대단하다.

첩보를 정보로, 과학적 분석 필요

특히 산업계에서 스파이는 한 기업의 명운을 가르기도 한다. 아시아 최고 부자로 꼽히는 홍콩 청쿵그룹의리카싱 회장이 그 예다. 그가 30대에 설립한 플라스틱 회사를 성공시키기 위해 직접 이탈리아로 건너가 플라스틱 조화 만드는 법을 훔쳐내는 '산업 스파이' 활동을 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리 회장이 홍콩으로 돌아와 만든 플라스틱 조화는 유럽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곧 엄청난 부가뒤따랐다.

오죽하면 미래학자인 앨빈토플러는 '산업 스파이' 21세기 가장 큰 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았을까. 앨빈토플러의 이 말에는 지식 정보화가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정보 전쟁 역시 그만큼 점점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결정적인 정보 하나가 회사는 물론 국가의 이익을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부동산, 특히 토지시장의 경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사람이 잘 모르는 최신 정보를 한 발 앞서 확보할 수만 있다면 막대한 부를 거머쥘 수가 있다. 성공적인 땅 투자를 위해선 유능한 스파이가 되라는 말이 나온 연유도 여기에 있다.


그럼 유능한 스파이는 어때야 하나.

무엇보다 유능한 스파이는 유능한 정보 수집가이자 분석가이다. 그런데 정보는 수집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맨 처음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 '첩보'(Information)에 불과하다. 이러한 첩보를 기존 정보와 비교해 진위를 판단한 뒤 틀림없다고 내놓은 것이 바로 '정보'(Intelligence).
첩보를 종합·분석하고 가공해 정확한 정보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분석'(Analysis)이라고 한다. 분석은 결국 여러 가지 단편적인 현상(첩보)을 종합하고 분석해 앞날을 예측하는 과정이다.

부동산 현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여기가 이렇게 개발된다더라' '저기에 뭐가 들어선다더라' 등과 같은 ‘카더라’ 식의 수많은 첩보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첩보를 바탕으로 투자를 결정했다간 십중팔구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시중에 떠도는 근거 없는 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때 유능한 분석가는 첩보를 토대로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첩보 가설을 세운다. 이 경우 첩보 가설은 여러 개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러한 첩보 가설에첩보를 더하다 보면 보다 사실에 가까운 가설이 만들어 진다.

이때 잘 아는 공무원의 말 한 마디, 지방의회 회의록 몇 페이지 등이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자치단체의 도시기본계획이나 중앙정부의 국토종합계획도 세밀히 뜯어봐야 한다해당 지역의 토지 거래 동향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례로 2007분당급 신도시인 동탄2신도시 후보지 지정을 앞두고 현장에는'여기가 맞다더라' '저기가 확실하다더라'는 식의 수많은 소문이 떠돌았다. 당시 토지시장에서 신도시 후보지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곳이 경기도 광주 오포, 용인 모현·남사, 화성 동탄 모두 3곳에 달했다.

이때 속칭 부동산 '선수'들의 눈에 포착됐던 것이 바로 각 후보지의 부동산 거래 동향이었다. 2006 10월 정부가 분당급 신도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뒤 3개월 동안 화성 동탄의 토지 거래 건수는 갑자기 세 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화성 동탄과 함께 후보지로 거론되던 광주 오포, 용인 남사는 잠잠했다. 이미 깊숙한 곳에서 정확한 정보를 빼낸 투자자들이 재빨리 움직이며 동탄 땅을 사들였다는 추측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때 토지 거래 동향 등 수많은 정보와 소문을종합하고 분석한 뒤동탄 땅을 선점한 투자자가 짭짤한 재미를 본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새 술은 새 부대에

과거 토지시장은 주먹구구식 투자가 많았다. 정작 중요한 개발 정보의 진위 등은 따져보지 않고 덜컥 땅부터 사는 식이다. 이런 부화뇌동 방식으로 투자했다간 낭패를 본 개미투자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와 인구 구조가 예전과는판이하게 달라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이 토지 투자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과거의 주먹구구식을 벗어나 객관적인 사고, 통계적 근거에따른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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