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국정원 '변호사비 대납' 숨김 없이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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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김모씨의 변호사 비용을 국정원이 대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직원 개인의 일탈 행위”로 규정한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정원이 보다 명확하게 경위를 제시해야 할 문제라고 본다.

 JTBC가 김씨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비 지급 내역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3300만원이 입금됐다. 이 3300만원 가운데는 김씨가 민주당 당직자들을 감금 혐의로 고소한 사건에 대한 수임료도 포함됐다. 문제는 입금자가 김씨가 아니라 국정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사건 초기 경황이 없어 먼저 국정원 예산을 썼다. 이후 공금 사용이 부적절하다는 말이 나와서 국정원 직원들이 모금해 메웠다”고 해명했다.

 공무원이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될 경우 변호사비는 공무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설사 업무 중 과실로 수사를 받게 되더라도 개인 부담이 원칙이다. 특히 일반 회사가 아닌 국가기관에서 변호사비를 대준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민 세금으로 꾸리는 정부 예산은 그 용도가 사전에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그 중요한 돈을 규정에도 없는 직원 변호사비로 대준 까닭은 무엇인가. 그런 점에서 국정원이 어떤 이유에서 변호사비를 대준 것인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남 원장이 지난 4일 국정감사에서 밝힌 대로 “(댓글 의혹 등이) 개인적 일탈일 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다”라고 한다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또 국정원 직원들이 활동비(월초비)에서 갹출해 예산을 메워 넣었다고 하는데, 활동비로 모금을 하는 게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현재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국정원 댓글 의혹이 조직적인 개입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잘못인지가 핵심 쟁점이다. 변호사비 대납 사실이 불거지면서 야당에서는 ‘조직적 개입의 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변호사비 대납의 구체적인 경위와 이유를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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