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휩쓰는 점성술|퐁피두 대통령도 점을 친다|워싱턴·포스트∥=본사특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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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근대 과학혁명이 점성학을 학문의 자리에서 몰아낸 이래 지식인의 조롱거리로 전락했던 점성술이 최근 다시「유럽」지식인들의 심심찮은 관심을 끌고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성술은 시간이 남아 돌아가는 무식한 부녀자들의 소일거리에 불과한 것으로 인식되어왔으나, 현재「프랑스」지식인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것을 꽤 값어치있는 학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프랑스」·독일 등「유럽」제국의 지식인들이 정기적으로 점성가를 찾아 점을 치거나 스스로 천궁 도를 펼쳐놓고 부끄럼 없이 별점을 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퍼져있다. 심지어 점성가를 찾아가 장담하는 것이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 쓸데없는 이론놀음을 하는 미국인들의 태도보다는 경제적 부담도 훨씬 적을 뿐더러 건강하고 계시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까지도 있다.
「조르지·퐁피두」「프랑스」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자기는 항상「프랑스」에서 최대의 명성을 얻고 있는 점성가「마담·솔레유」(태양부인이란 뜻)의 예언에 관심을 갖고 국사처리에 참고로 한다고 고백할 정도이니, 가히 그 위세를 짐작할 만하다. 또「프랑스」의 한 현역 거물정치가는 중요한 대중연설에 앞서 자기는 항상 전속 점성가의 조언을 듣는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땅딸막한 체구의 중년부인인「마담·솔레유」는 사건별로 문제를 예언하는 천리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기차역 뒷골목의 초라한 골방에서 부녀자 몇몇을 앞에 놓고 점을 쳐주는 그녀지만 지금은 신비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평판을 들으며, 개인의 일신상 일에서부터 중대한 국사에 이르기까지「프랑스」국민의 예언자 구실을 하고 있다.
「마담·솔레유」는 현재 매일 프랑스 인구의 10%에 달하는 5백만 명의 청취자를 상대로 점성술에 관한「라디오」방송「프로」를 맡고 있다. 한 관측자는 영화배우『「브리지트·바르도」양도 못 따를 정도의 인기를「마담·솔레유」는 누리고 있다』고까지 평하고 있다.
「파리」대학의「미셀·가르클렝」교수는 이러한 점성술「붐」의 부흥의 원인을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첫째 종교신앙의 붕괴, 둘째 행동지침으로서 신념의 상실, 세째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관심을 끌고 있는 동양적인 신비사상의 팽배가 그것이다. 이러한 근거에서 그는 점성술은 편견 없는 태도에서 재평가돼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고 평하고 있다.
천체의 움직임이 인간사의 유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17세기 전까지만 해도 누구나 공감했다. 그러던 점성술이「뉴튼」식 학문의 접근방식이 과학에 적용되고 난 후부터는 근 3백년간 서구 지식인들의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했었다.「스위스」의 점성학자「헨리·보르다츠」씨는「점성술은 일부 학자들의 주장대로 반드시 근거 없는 학문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1650년 당시 불완전한 연금술이 화학으로 발전했던 것처럼 아직은 불완전할 뿐이다. 연금술에서 비롯된 화학은 계속 발전해왔지만 점성술은「뉴튼」식 과학에 밀려 발전의 싹이 잘려버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제 물리학의 한계도 점차 드러나고 있고, 또 그것이 모든 것에 대한 회답이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최근 프랑스 독일·스위스 등지에서는 적어도 4개 이상의 대학이 점성술을 연구과목으로 채택함으로써 한때 이를 백안시하던 지식인 사회에서도 비록 전적으로 믿지는 않지만 점차 관심이 증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파리」대학의 「가르클랭」교수는 4천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점성술의 몇몇 기본적인 가설은 오늘날 증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태양계의 운동이 지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은 인정되고 있지만 그것이 어떻게 인간의 생활에 영향을 미쳐왔느냐 에는 합리적인 구명이 따르지 않았지만, 그 상호관계를 과학자들이 구명하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라고 그는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그 상호관계가 일방적으로「요술」로 규정되었으나, 차차 이 상호관계에 대한 과학자들의 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도 한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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