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재현…벵골 해일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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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그것은 신의 저주가 내린 땅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옥의 외곽지대 「림보」란 곳인지도 모른다.
약 1년 전 동「파키스탄」을 강타했던 마의 해일이 지난주 금요일 또 다시「벵골」만의 양측, 재앙의 땅을 휩쓸었다. 「오리사」주를 비롯한 각지의 피해상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작게는 6천명에서 크게는 5만 명의 인명피해가 났다는 이야기다.
그밖에 가옥·공공시설의 파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수십만의 이재민들이 식량과 집을 잃고 거리를 방황하고 있다.
시체주변에는 독수리 떼들이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으며 해일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에는 다시 「콜레라」와 같은 전염병이 이재민수용소를 기습할 것 같다는 것이다.
피해가 가장 큰 곳은 「오리사」주의 「잠부」란 촌락, 이곳 유일의 항구다. 죽은 사람만도 6천명에 달한 이곳의 표정은 광막한 폐허 그것이었다.
구호사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는 통신·교통·해운시설이 몽땅 거덜이 났기 때문.
인도정부는 긴급 구호대상을 약 4백만 명으로 추정하고 3백90만「루피」를 배정했으나 집단수용 된 재민들의 공포·질병·기아·갈증을 해소하기엔 너무나 적은 혜택이란 것.
지금도 「벵골」의 독수리는 죽어 나자빠진 시체의 눈을 쪼아먹고 있다.
이재민의 상당수가「야햐·칸」의 무장학살을 피해 도망 나온 동「파키스탄」난민이라니 분명 악마가 발악하는 곳이 바로 「벵골」인지 모르겠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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