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곡 김기승 서예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원곡 김기승씨가 12번째의 서예 개인전을 열고있다.(31일까지·신세계화랑) 서울시내 몇 대학의 강사로 나가는 한편 서숙을 운영하고, 그러면서 해를 거르지 않고 개인전을 꼬박꼬박 갖는 점에서 상당히 부지런한 서예가이다.
그는 끊임없이 서예의 신경지를 개척하려한다. 전통적인 서예만이 아니라 이른바 전위서예이다. 그의 말을 빌면 『진선미의 연합점 즉 시각적인 서예 미와 청각적인 문자의 「리듬」 및 인격완성에의 전모로서 표현된 문기·문자향이 풍기는 작품을 완성하려는 것이다.』
원곡은 짙고 옅은 먹물로써 글씨를 겹쳐 쓰는 「묵영」을 한동안 시도해 왔다. 묵영은 서예의 범주에서 벗어나 다분히 회화적 구성을 띠는 수법이었다.
그는 이들 작품에 대해 아직도 적잖은 애착을 갖고 있으나 완숙의 단계에까지 이끌지 못한 것 같다. 도리어 작금년의 현저한 시도는 『청사』 『천청』등 운필의 속도가 충분히 드러나도록 함으로써 시각적인 효과를 노린 작품들이다.
대체로 그가 쓰는 글 등은 우리 나라 역대 명현의 시구·명언들이다. 종래 임서의 전철을 밟아 중국 것을 따다쓰는 습관을 지양한 것은 우선 좋은 인상을 준다.
한시가 대중생활에서 멀어진지 오랜 오늘 글 뜻을 모르는 서예의 감상이란 곤란한 문제이다. 그래서 원곡이 한글을 병용하거나 순 한글만의 글귀를 인용하는 것은 더욱 좋은 인상을 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