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오바마케어 잡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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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일 버지니아주 알링턴시에서 열린 민주당 주지사 후보 지원 유세장에서 골치 아픈 듯 눈을 감고 있다. [알링턴 로이터=뉴스1]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일요일인 3일 오후(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시에서 열린 주지사 선거 지원 유세에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워싱턴 리 고등학교에서 1600여 명의 지지자가 참가한 유세에서 “공화당의 극단주의 정파인 티파티가 미국 경제를 망치고 있다”며 “지난달 17년 만의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폐쇄)을 초래한 장본인도 티파티”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선 건 이틀 뒤인 5일 치러지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인 테리 매컬리프 전 당 의장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선거 상황은 녹록지 않게 전개되고 있다.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매컬리프 후보는 보름 전만 해도 공화당의 켄 쿠치넬리 후보를 12%포인트 차까지 앞섰으나 지금은 1%포인트 차로 줄어들었다. 원인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를 둘러싼 잡음 때문이다.

 지난달 가입을 위한 등록이 시작됐으나 웹사이트 접속 장애로 국민들이 불편을 겪는 바람에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장관이 의회 청문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강제 가입 보험료가 종전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직장인들의 원성을 사는 등 중산층들의 민심이반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 지원 유세를 벌인 3일 밋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는 NBC방송에 출연해 “오바마케어가 국민들에게 이득이 된다고 했던 오바마의 거짓말이 들통났다”고 비판했다. 롬니는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뒤 조용히 자숙의 시간을 보냈으나 오바마케어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롬니는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오바마의 거짓말이 집권 후반기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에드워드 스노든 전 국가안보국(NSA) 계약 직원의 도청 폭로로 미국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는 데다 집권 최대 공약인 오바마케어까지 잡음을 일으키는 바람에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내우외환을 앓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5일 치러질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경우 책임론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집중돼 조기 레임덕(집권 후반기 기강 해이)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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