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0)선수 없는 선수단|김세훈 대경상고 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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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이북 5도 선수단은 선수 없이 임원만으로도 제52회 전국체전에 참가했다.
우리들이 입장할 때 군악대는「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을 연주해 주었고 「카드·섹션」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새겨 맞아주었다.
나는 황해도 출신으로 황해도의 깃발을 들고 입장하는 동안 펄럭이는 기폭에 눈물이 왈칵 치밀어 발걸음이 허공에 뜬 것 같은 느낌으로 행진했다. 체육계에서는 나를 만나면 흔히 『황해도 선수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해준다.
이것은 내가 3년째 황해도 「팀」의 기수로서 참가한 것에 대한 농담이 아니라 진실로 통일의 염원에서 우러나오는 인사인 것으로 나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제52회 체전에서는 전과 달리 한층 가슴이 뭉클했다.
남·북 이산가족을 찾아보자는 적십자회담이 열리고 그 본 회담을 서울과 평양에서 갖자는 데까지 진전하고 있어서 고향을 그리는 생각이 한층 간절해지는 가운데 열린 체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3년 전 황해도 선수단을 조직한 것은 이 같은 고향을 잊지 말고 언제든지 남·북 통일이 되는 날 떳떳한 행진을 하기 위해서였다.
흰머리가 성성한 임원 단은 한결같이 통일된 황해도 「팀」으로서 체전에 출전, 기개를 펴보고 싶은 것이다.
그 날까지 힘을 기르기 위해 우리는 두고 온 고향대항 농구대회를 가졌고 또 2세들에게 이 뜻을 가르치고 있다.
8일 선수 없는 선수단만으로 입장할 때 국민이 보여준 뜨거운 성원은 잊을 길 없다. 나는 기필코 통일된 선수단으로 전국체전에 참가할 날이 있을 것을 믿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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