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첫 종편 평가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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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 첫 방송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평가위원회는 지난달 30일 ‘2013년도 종편 4사 방송평가’ 결과를 확정했다. JTBC가 총점 559.6점으로 1위에 올랐다. 2~4위는 가 방송(554.2점), 나 방송(546.7점), 다 방송(542.6점) 순이었다. JTBC는 2~4위보다 각각 5.4점, 12.9점, 17점을 앞섰다. JTBC는 2010년 종편 선정 심사에서도 850.79점으로 1위였다. 당시 4위 MBN(808.07점)과 42점 차이가 났다.

 ◆종편 재승인 심사에 반영=방통위는 지상파·종편·보도채널 등을 대상으로 매년 방송평가를 실시한다. 직전 연도의 프로그램과 경영 실적이 대상이다. 이번 평가는 2011년 12월 1일 종편 개국 이후 처음이다.

 방송평가는 총점 700점으로 운영(275점), 내용(210점), 편성(215점) 3개 부문으로 구성된다. 각 심사항목은 상대평가로 이뤄지며, 채점자의 주관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세세히 계량화돼 있다. 이번 점수는 내년 3월 종편 재승인 심사 때 총점 1000점 중 350점 비중(35%)으로 반영된다. 재승인 심사 9개 항목 중에서도 비중이 가장 높다. 그 밖에 ‘방송의 공적 책임’(230점), ‘프로그램 기획·편성’(180점) 등을 심사한다.

 이번 방송평가에서 JTBC는 총 24개 항목 중 16개 항목에서 1위를 기록했다. 운영 부문에서는 ‘재무건전성’ ‘내부감사’ ‘기술투자’ ‘공정거래법 준수’ 등 9개 항목에서 1위였다. 내용 부문에서는 ‘자체 평가’ ‘심의규정 준수’ ‘시청자 의견 반영’ 등에서, 편성 부문에서는 ‘편성규정 준수’ ‘시청자위원회’ 등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

 ◆“평가기준 손질” 요구도=이번 평가에 참여한 방송 관계자들은 “종편을 지상파식으로 채점하면서 다양한 콘텐트 투자라는 당초 종편 도입 취지는 평가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지상파 방송의 경우 오락 프로그램이 넘쳐날 것을 우려해 ‘보도·교양 프로그램’ 편성을 많이 할수록 점수를 많이 얻는 구조다. EBS가 부동의 1위를 기록해왔다.

 이런 까닭에 일부 종편은 지난해 전체 방송시간의 40~50%를 뉴스나 토론 프로그램으로 채우고도 ‘편성 부문’에서 고득점을 했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은 뉴스·토론이 많아 시청자들에게 “종편보다 보도채널에 가깝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정작 심사과정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두 번째로 배점이 높은 재난방송(65점)은 지상파 재난방송 배점(60점)과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평이다. 태풍·지진 등을 다루는 뉴스특보를 많이 하면 고득점이 된다.

 올 상반기(1~6월) 종편 4사 보도 편성 비중은 TV조선(48.3%), 채널A(47.5%), MBN(44.8%)으로, JTBC(14.1%)만 유일하게 지상파방송 수준(20%)을 유지했다. 하지만 내년 진행될 ‘2014년도 방송평가’도 올 심사기준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평가위원은 “장르별 균형 편성과 콘텐트 투자 등 종편이 우리 방송에 기여한 부분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종편 4사의 프로그램 제작비를 보면 JTBC는 1625억원으로 MBN(802억원), TV조선(861억원), 채널A(942억원) 등과 두 배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제작비 차이는 콘텐트 차별화로 이어졌다. JTBC는 최고시청률 13%를 기록한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우리 시대 부부·교육 문제를 파고든 ‘아내의 자격’, 예능 프로그램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한 ‘히든 싱어’, 월드컵 예선전 단독 중계 2회 등 다양한 장르에서 성과를 냈다. 불리한 심사기준에도 1위 자리를 지켰다.

  응답자 구성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일부 심사 항목에 반영된 프로그램 만족도와 채널 선호도 조사 응답자 대부분이 50대 이상 남성이었다. 또 불공정 보도로 방송심의 규정을 제일 많이 위반한 방송사가 공정한 종편 2위로 나오는 등 방통위 내부에서도 문제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였다. 한편 방통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번 평가 결과를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봉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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