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로 돌 포장길, 개통 4년 만에 누더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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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호 02면

세종문화회관 앞 세종대로의 돌 포장 도로가 파손된 채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최정동 기자

서울의 얼굴인 광화문 광장 옆 세종대로가 누더기 신세다. 465억원을 들여 2009년 8월 도로와 광장을 개장할 때 처음 선보인 ‘돌 블록 포장’에서 계속 문제가 발생해서다. 하지만 서울시는 근본 대책을 못 찾아 매년 수억원의 예산을 들여 도로를 보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관과 역사성을 고려해 만들었다는 돌 포장도로가 오히려 미관을 해치는 역설이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얘기다.

통행량·하중 못 견뎌 계속 ‘땜질’ … AS 끝나 내년부터 시 부담 연 2억~3억원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양쪽 550m(왕복 10차선) 도로에는 아스팔트가 아닌 돌 블록으로 차도가 포장돼 있다. 1일 현장을 살펴본 결과 줄잡아 80여 곳에 크고 작은 침하와 파손이 있었다. 특히 버스정류장 인근이 심했다. 지반이 침하된 가운데 모서리가 깨진 돌 블록이 아슬아슬하게 붙어 있는 게 보였다.

출퇴근 길에 매일 이곳을 지난다는 회사원 김모(45)씨는 “돌 포장은 좋지만 파손 부위가 너무 많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원인은 교통 하중을 도로가 견디지 못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세종로의 경우 하루 차량 통행량이 9만 대가 넘고 노선 버스 등 대형 차량도 많이 다닌다. 실제로 파손 부위는 대부분 3~4차로와 버스 정류장 주변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이게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이 도로의 ‘부실 설계와 관리 소홀’을 지적했다. 애초에 돌 블록 사이를 모래로 채우려던 시공사의 계획을 서울시가 모르타르(시멘트 반죽)를 쓰는 설계로 바꾸라고 지시한 게 화근이었다. 이 과정에서 교통 하중을 얼마나 견딜지 제대로 따지지 못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었다. 감사원은 “전문기관을 통해 다시 구조 해석을 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근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문가들과 함께 대안을 찾았으나 기술적으로 완벽한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할 수 있는 건 보수뿐이다. 최근엔 밤 시간을 이용해 긴급 보수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야간에만 작업이 가능해 하루 평균 20~30㎡씩 손보고 있다. 11월 말까지는 작업을 모두 끝내겠다”고 말했다. 예산도 문제다. 서울시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시공사가 하자보수 차원에서 해왔지만, 내년부터 서울시가 부담한다. 매년 최대 2억~3억원이 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조윤호 교수는 “애초에 돌 블록 포장은 광화문 광장의 상징성에 맞춰 내구성보다 미관을 중시해 선택한 방안이다. 돌 포장도로가 많은 독일·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도 보수는 늘 한다. 아스팔트 포장으로 바꾸는 게 대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남은 대안은 이 일대의 차량 통행량과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이 지역은 최고 시속 60㎞로 제한돼 있지만, 야간에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한양대 서영찬(교통·물류공학과, 한국도로학회장) 교수는 “서울시가 속도와 중량·통행량을 제한해 도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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