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은 사회적 이민 … 농사 멘토 반드시 만들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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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7호 22면

지난해 농촌으로 내려간 귀농·귀촌 인구는 2만7008가구. 2011년(1만503가구)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2008년만 해도 한 해 농촌을 찾는 이들은 2218가구에 불과했다. 천안연암대 귀농지원센터는 국내 최초의 귀농 전문 교육기관으로 손꼽힌다. 올 4월 실시된 2개월 합숙교육의 프로그램 지원자만 290명(정원 30명). 면접에서 떨어져 재수·삼수 끝에 입학한 학생들도 수두룩하다. 채상헌 귀농지원센터장(사진)은 “준비가 너무 적어도 실패하지만, 너무 완벽하게 준비하려다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며 “7부 능선에서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채상헌 천안연암대 귀농지원센터장이 말하는 지혜

-귀농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2006년 처음 센터가 문을 열 때만 해도 귀농에 관심 있는 이들이 별로 없었다. 산업화 사회, 도시 생활에 지친 이들이 ‘삶의 방식을 통째 바꾸고 싶다’며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 농촌으로 오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정착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데.
“그래도 교육 제대로 받고 간 사람 가운데 60~70%는 잘 정착한다. 합숙 교육까지 받는 이들이니 각오가 된 덕이다. 준비 안 된 이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 30~40년간 계속될 새 생활을 시작하는 것 아닌가.”

-가장 큰 걸림돌은.
“귀농은 도시인들의 ‘사회적 이민’이다. 이민 가면 그 나라 풍습·언어·문화를 몰라 고생하는데 이것도 똑같다. 지역 농민들로선 박탈감이 심하다. 도시에서 벌 만큼 번 사람들이 내려와서 잘난 척해선 어울릴 수 없다.”

-경쟁이 치열한데 교육생은 어떻게 뽑나.
“귀농 희망자에게 묻는다. 지역 농민과 농정 공무원이 면접관이 돼 ‘왜 귀농하려 하는가’에 대해 토론을 시킨다. 지역 주민 입장에서 ‘이 사람이 농촌에 오면 도움이 되겠구나’ 하는 사람을 뽑으란 거다. 우리에겐 농촌 전체가 더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주로 뽑히나.
“좋은 대학 나오고 유학 다녀온 사람도 지원하지만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거나 농촌 사회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 붙기 힘든 것 같다. 그렇다고 많이 배우고 좋은 회사 다니던 분들이 적응 못한다는 건 아니다. 대화 방식도 세련되고, 남을 이해하는 능력도 뛰어난 경우가 많다.”

-최근 귀농 트렌드는 뭔가.
“30대와 여성이 늘고 있다. 일본의 과거 경향과 비슷하다. 베이비붐 세대를 보면서 ‘팍팍하게 회사 생활을 오래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것 같다. 최근 교육생들 중엔 30대 미혼 여성도 두 명이나 됐다. 삶의 가치가 많이 바뀌고 있다.”

-인턴으로 취직해 농사를 배우는 이들도 많은데.
“필수적인 단계다. 농사는 투입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핵심 역량이다. 경험 있는 어르신의 노하우를 배우려면 반드시 멘토가 있어야 한다. 또 하나, 빨리 현지화돼서 땅을 사야 속지 않는다. 지역 땅값은 두 가지다. 현지인 가격, 외지인 가격. 잘 정착한 귀농인에겐 지역민들이 나서서 ‘우리 땅 부쳐보라’고 권하는 경우도 있다.”

-귀농인 협동조합도 많이 생기는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건 좋지만 끼리끼리 모임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현지인들과 어울려 정서적 동질감과 신뢰를 쌓는 게 먼저다. 특히 귀농인들끼리 집을 따로 지어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진정한 의미의 귀농이라고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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