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주인 칼에 찔려 숨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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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3일 밤11시10분쯤 서울 종로구 명륜동4가89 구멍가게 「대학상회」주인 노대윤씨(61)가 가게 안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25살쯤 되는 청년의 칼에 앞 목을 찔려 병원으로 옮기던 중 숨졌다.
마침 길 가던 명륜분식「센터」 종업원 윤주원양(20)에 의하면 청년은 가게를 뛰어나오면서 길이 15㎝쯤 되는 피 묻은 등산용 칼을 버리고 혜화동「로터리」쪽으로 달아났으며 곧이어 노씨가 두 손으로 목을 움켜잡고 피를 흘리며 뛰어나오다 가게 앞에 쓰러졌다. 청년은 검은색 바지와 긴소매 흰색 Y「샤쓰」차림에 구두를 신었고 보통 키에 머리가 텁수룩한 편이었다고 한다.
노씨의 부인 석정숙씨(45)는 가게 바로 뒤 안채 부엌에서 일하다가 노씨가 누른 벨소리를 듣고 나와 보니 노씨는 이미 길바닥에 쓰러진 뒤였다.
가게 안에는 9「인치」짜리 「텔리비젼」과 현금 1만9천여원, 팔목 시계 등 금품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격투의 흔적도 없었다.
노씨는 30여년 전부터 지금의 가겟집에서 살며 반장 등을 지내 온 토박이로 자식이 없는 전처와 헤어지고 10년 전에 석씨와 재혼했으나 이 사이에서도 자식을 얻지 못했고 부동산만도 5백 만원, 현금 2백 만원을 빚놓아 풍족한 생활을 해 왔다.
경찰은 ①노씨의 부인이 전남편과의 사이에 둔 아들 이모씨(29)가 절도전과1범으로 여씨 집에 자주 나타나 용돈을 타 가고 2년 전 입대한 후 세 번씩이나 탈영하는 등 평소 소행이 나빴으며 ②지난해 노씨가 위궤양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재산 문제로 친척끼리 다툰 일이 있었다는 점으로 미루어 재산 분배 등에 얽힌 원한 살인으로 보고 노씨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수사를 펴고 있다.
경찰은 또 2, 3일 전날 밤 여씨의 집 앞 길에서 20대 청년이 서성거리는 것을 보았다는 김모씨(32)의 진술에 따라 넉넉한 생활을 한 노씨 집을 털려던 우범 불량배의 우발적인 범행 가능성도 아울러 수사하는 한편 13일 밤12시쯤 명륜동 성대앞 길에서 손에 피가 묻고 술에 취한 채 지나가던 구두닦이 박모군(21)도 연행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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