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 「브레이크」 걸린 「고미가 정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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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미가를 주축으로 한 양정이 「딜레머」에 빠졌다. 높은 쌀값을 계속 유지하기에는 물가에의 자극이 크고 부족 쌀의 도입 확대는 증산을 해쳐 76년까지의 쌀 자급 계획을 허물어 버릴 가능성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68년이래 지속돼 온 고미가 정책과 만성화된 외미 도입의 양정은 올해 들어 6.28환율 인상을 계기로 경제 정세가 물가 파동을 유발, 어쩌면 안정 기조를 근본적으로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에 걸려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의견이다.
72미곡년도부터 실시할 것을 전제로 현재 검토 중인 양정 전환 방향을 지금까지의 묵은 쌀이 정책을 크게 후퇴시켜 올해 추곡 수매 가격도 지난해의 인상률과 9%보다 훨씬 낮은 20%이하선에서 인상하고 외미 도입은 원칙적으로 줄이되 국내 쌀 소비 절약을 위해 혼식 장려 및 배급제를 실시하며 부족 양곡은 보리쌀 도입 등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추곡 수매 가격의 인상률은 68년의 17%를 필두로 69년에 22.6%, 70년에는 35.9%를 기록, 곡가 정책이 비로소 『물가의 시녀』단계를 벗어나 본격적인 고미가 정책을 시도해 왔었다.
그러나 지난 8월말 현재 5.2%가 상승한 도매물가가 연말까지는 적어도 15내지 17%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관계 당국의 물가 전망에 따라 고미가 정책은 다시 「브레이크」가 걸리게 된 것이다.
이 고미가 정책의 후퇴는 두 가지 점에서 바로 중농정책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첫째는 그 동안의 고미가 정책의 실시 기간이 짧아 아직도 그 효과를 나타낼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증산 의욕을 크게 감퇴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도매물가에 대한 쌀의 가중치가 65년 기준 때의 2.2%에서 70년 기준으로는 0.8%로 크게 떨어져 쌀값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감소됐음에도 불구하고 저미가 정책을 다시 실시한다는 것은 중농정책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것이다.
한편 외미 도입량은 68년에 불과 20만t선이었던 것이 69년에는 75만t, 70년에 54만t, 올해는 1백10만t의 기록적 수입을 했다.
외미 도입의 증가는 증산의 뒷받침이 없고 쌀 소비가 연간 10%수준으로 증가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외미 도입 증가 추세에 따라 양곡 정책은 거의 전적으로 외미 도입에 의존하는 경향을 빚었다.
정부는 바로 이러한 변칙 양정을 지양, 외미 도입을 줄여 귀중한 외화를 경제 개발에 긴요하게 써야겠다는 점에서 새로운 양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게 됐으며 외미 도입이 축소될 수 있도록 혼식 장려와 배급제를 실시, 우선은 쌀 소비 절약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미 도입 축소·보리쌀 수입·혼식 장려·배급제 실시 등 일련의 식량 수급 조정 계획에도 많은 문젯점을 내포하고 있다. ①외미 도입이 소비자를 위한 연중 쌀값 안정에는 크게 기여를 했지만 생산자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못됐듯이 보리쌀 도입도 보리쌀 생산 농가에게 똑같은 효과를 나타내 결과적으로 보리쌀 증산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이다.
②정부의 혼식 장려에도 불구하고 보리쌀 및 밀가루 값이 치솟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보리쌀 및 밀가루의 쌀과의 대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가격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
③배급제 실시에 대한 문젯점 등이다.
상품화되는 쌀을 전량 매입하기에는 재정 부담이 허용하지 않아 부분 배급제를 실시할 계획이나 배급 대상자 선정 등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데다 일반미에 대한 가격 대책은 지금과 같은 막대한 외미 도입이 없고 따라서 정부의 가격 조절용 보유미가 부족할 경우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또한 물가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고미가 정책을 후퇴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만 배급제 실시에 따라 일반미 값을 현실화 할 경우 배급제는 오히려 더욱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또한 고미가 정책이 후퇴되는 배급제가 실시될 경우 생산자와 소비자를 다 같이 보호하기 위한 이중곡가제는 미처 효력을 발생하기도 전에 후퇴될 것으로 보이며 하곡 예시 가격 제도도 생산 의욕을 보장할 만큼 적극적인 실시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문젯점을 안고 있는 양정의 향방이 어떻게 결단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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