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역일꾼들은 모두 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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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일꾼은 각 무역기관이나 무역회사의 지도원급 이상을 지칭한다. 북한에서 무역일꾼은 '도깨비 방망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엇이든지 구할 수 있는 외화를 만질 수 있는 직업이다. 또한 해외출장 및 해외주재 무역대표부 근무 기회, 해외 연수 혜택도 주어진다. 일정액수의 외화(주로 달러)를 국가에 헌납하면 노력영웅 등의 국가적 수훈과 함께 그에 상응하는 물질적 보상도 받을 수 있어 북한 주민들이 상당히 선호한다.

무역일꾼들은 무역성, 무역총회사, 무역회사 등에서 일한다. 특히 무역성은 북한의 대외 무역과 경제협력을 총괄하는 곳이다. 무역성은 1998년 9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1차회의에서 정무원을 내각체제로 바꾸면서 대외경제위원회가 무역성으로 개편되었다. 무역상은 현재 리광근이다. 그밖에 경제무역기관으로 민족경제협력위원회, 조선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조선국제무역촉진위원회 등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당·군·내각의 각 기관도 기관의 규모 및 무역 성격에 따라 무역상사, 무역총회사, 무역회사 등을 조직·운영하고 있다. 또한 공식무역기관은 아니지만 무역회사에 속해 있는 '외화벌이 원천동원 사업'만 하는 외화벌이 사업소도 조직되어 있다.

북한의 무역액은 통계청에 따르면 22억 7천만달러(2002년 말)로 남한(남한 무역액 2천915억4천만달러)보다 128배 적은 수준이다. 북한은 경제가 무척 어렵고, 원칙적으로 자급자족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무역액이 상당히 적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제 북한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외무역이 절박히 필요하다는 것을 북한 당국이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 당국은 외국과의 합영과 합작 혹은 특구 등의 개발을 통해 경제성장 하려는 의욕을 상당히 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 북한의 무역구조는 남한과 무척 다르다. 남한에서 무역은 사기업이나 개인이 담당하나, 북한에는 사기업이 없을 뿐 아니라 개인이 무역업에 종사하지 못한다. 대개 당과 국가, 군대 기관을 통해 무역이 이루어진다. 즉 북한의 무역구조는 사회주의 체제 특성상 중앙집권적 통제형태이면서도 하부구조로서 무역성을 비롯한 각 기관별로 독자적인 무역회사들을 가지고 있다. 이들 각 무역회사들이 독립적으로 무역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모든 공장과 기관 내 계획수립은 국가의 몫이다.

무역일꾼이 되기 위해서는 평양외국어대학이나 인민경제대학 등을 졸업하여야 한다. 과거에는 당중앙위 비서국 국제부 직속 국제관계대학이 무역일꾼 주양성 기관이었다. 현재 국제관계대학은 인민경제대학으로 통합되었다. 인민경제대학은 간부·국가경제관리를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노동당의 대표적인 간부 양성기관으로 1946년 7월 1일 '중앙고급지도간부학교'로 문을 열었다. 요즈음 장철구상업대학 졸업생들도 거의가 호텔이나 무역회사 등에 취업하고 있는데 특히 봉급의 5% 정도는 외화로도 받을 수 있어 여학생들의 관심이 높다고 한다. 한편 외화벌이 사업소는 전문 무역기관은 아니나 수출물자를 조달하는 기관으로 책임자는 해당기관 당위원회에서 선발하고 있으며 일반일꾼은 시·군 노동과에서 임의로 선발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 배치는 당중앙위 비서국 간부부에서 하며 성적이 우수한 자들은 당 무역기관이나 무역성, 금수산기념궁전 경리부 등 특수부문에 배치하고 있다. 또 각 무역기관 당위원회가 일반일꾼 중에서 적격자를 선발, 국제관계대학 간부반에 위탁교육을 시킨 후 재배치하기도 한다. 그러나 배경이 좋거나 또는 무역사업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성과가 있으면 관련 학부 출신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특별 선발되어 무역기관에 배치될 수 있다.

무역회사에서는 사장, 부사장, 부장 등의 직함을 사용한다. 일반 공장·기업소의 경영 책임자를 지배인이라고 부르는 것과도 다르다. 실적이 좋은 사원은 컬러 TV 등을 보너스로 받기도 한다. 무역회사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무역회사끼리의 경쟁은 외화가 될만한 물건을 확보하기 위한 데서 빚어진다. 중앙당 39호실 산하의 대성무역이나 금수산기념궁전 경리부 산하의 금강무역 등 힘있는 무역 회사는 수출품을 독점적으로 확보할 수는 있지만, 작은 회사는 '팔 것'을 확보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북한의 주요 수출품으로 수산물을 들 수 있는데, 대흥무역회사 등이 유명하다.
통일문화연구소 엄경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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