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제품에 또 다른 생명 불어넣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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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규 손오공 대표가 변신 로봇 장난감 ‘헬로카봇’을 소개하고 있다. 헬로카봇은 현대차 싼타페·그랜저를 24분의 1 크기로 줄인 완구다. [사진 손오공]

국내 1위 완구업체 손오공이 현대자동차와 제휴해 자동차 로봇을 선보인다. 최근 서울 궁동 본사에서 만난 최신규(57) 손오공 대표는 “이르면 이달 중으로 현대차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변신 로봇 ‘헬로카봇’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오공의 ‘헬로카봇’은 실제보다 24분의 1 크기로 축소된 싼타페·그랜저 모형 차량이 간단한 조작을 통해 로봇으로 변신한다는 컨셉트다. 현대차 로고가 선명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로봇의 가슴으로, 네 바퀴가 팔·다리로 변신하는 식이다.

최 대표는 “지난해 여름부터 1년 이상 준비한 신상품”이라며 “세계 5위의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현대차의 명성에 걸맞게 장인정신을 갖고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손오공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고 현대차도 어린이들에게 브랜드를 보다 친숙하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얼마 전 일본·미국·유럽에 있는 10여 개 완구 유통업체를 초청해 홍콩의 한 호텔에서 제품 설명회를 열었다. 최 대표는 “10년 이상 거래한 고객사로부터 ‘조작이 간단해서 아이들이 쉽게 흥미를 보인다’ ‘조립하는 손맛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해외 시장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창조경제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펼쳤다. 요컨대 “창조경제는 세상에 없던 신천지를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친숙한 상품에 ‘제2의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이라는 지론이다. 국내에서 2000만 개가 팔린 손오공의 대표 브랜드인 ‘메탈베이블레이드’ ‘탑플레이트’ 등은 전통 놀이기구인 팽이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상품이다. 인기 상품인 ‘크로스파이트 비드맨’도 40~50대 어른들이 어릴 때 즐겨 하던 구슬 놀이를 응용한 것이다. 변신 로봇 역시 특허 하나 없는 평범한 상품이지만 판매량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늘 수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개방된 기술을 소비자에게 더 친숙하게 업그레이드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창조경제라는 설명이다.

 초등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인 최 대표는 1974년 협성실업이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로 40년째 사업을 하면서 ‘완구 대통령’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지만 이제껏 그는 단 한 번도 정부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적이 없다.

최 대표는 “장난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을뿐더러 사양산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인 듯하다”며 “이제는 접근 방식을 달리할 때”라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성공 키워드는 ‘확장’과 ‘융합’이며 실제로 자동차가 완구로, 완구가 다시 게임·애니메이션과 접목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업체인 닌텐도도 원래 화투를 만들던 회사였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며 “예나 지금이나 가족이 함께 즐기는 놀이 문화가 존재하는 만큼 완구도 창조경제 시대의 주역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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