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6)「자주」없이 대학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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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서울대 문리대 교수들의 자주 선언과 처우 개선에 대한 요구는 전국으로 파급, 대학의 자주성 운동은 큰 물결을 이루고 있다. 우리의 요구를 요약하면 대학의 자주성 자율성을 제도상으로 보장해 달라는 것과 학문의 자유 분위기 보장 및 교수들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요구는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며 요구라고 말하기도 쑥스러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요구를 아니할 수 없는 우리 교직자들의 처지가 서글플 뿐이다.
지금 대학 사회는 어느 때보다도 대학의 존재 의의가 흔들릴 정도로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고 있다. 대학 사회는 한마디로 모순에 찌든 사회다.
대학의 기본 기능인 교육과 연구 기능이 모순으로 일그러진 제도 속에서 마비되어 가고 있다. 교수들이 대학 운영에 직접 참여 못한다면 그러한 대학에서 어떻게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말이다.
무엇보다도 위정자의 올바른 대학 관이 아쉽다. 그리고 대학이 이 이상 외면 당하지 않도록 힘써 주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 위정자는 첫째 대학의 권위와 자주성을 회복하는데 눈을 돌려야 한다.
그리고 교수들이 무력으로 그늘진 얼굴을 하지 않도록 처우 개선에 성의를 보여주길 바란다. 지금 대학에서 일어난 자주 선언의 물결을 결코 과소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학의 꿈틀거림은 언제나 인내가 한계를 넘었을 때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지금 대학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위정자가 대학의 특수성을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종래와 같이 임기웅변 책으로 교수들의 연구비나 1, 2만원 올려준다고 해서 문제가 풀린다고 생각하면 또 다시 커다란 과오를 범하고야 말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학의 자주성과 자율성이 보장되는 일이다. 정부 당국이 대학 제도의 근본적인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하니 이러한 차원에서 꼭 개선이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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