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촉과 대남 도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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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27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파주군 탄현면 오금리·낙하리·만양리·금산리 등 6개 자연부락은 휴전선 북방북괴초소로부터 3만여 발의 기관 포 사격을 받았다. 이로 말미암아 점심을 먹던 두 소녀가 중상을 입은 끝에 그중 한 명은 절명했다.
같은 날인 27일 서부전선 임진강하류에서는 무장공비 3명이 침투했으며 아군은 그들을 모두 사살했으나 아군측에서도 1명이 전사하고 1명이 부상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동안 전 휴전선에 걸쳐 북괴는 14명의 무장공비를 다섯 차례에 걸쳐 침투시켰으며 아군은 그 중 10명을 사살했으나 우리측도 4명이 전사했다. 그런가하면 북괴경비정은 30일 동해에서 오징어 잡 이하 던 어선을 납북했다.
이와 같은 북괴무장공의 침투 또는 기관 포 난사사건, 그리고 어선납북은 물론 새로운 것도 아니며 놀라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만행이 한편에서 4천만 국민들의 큰 기대를 안은 남-북 적십자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때를 택해서 일어난 사건들이라는 점에서 우리는 그 저의를 예리하게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날 북괴는 무장공비 침투 등 온갖 도발행위를 일삼아 왔던 것인데 이러한 도발행위는 남-북 적십자회담이 추진되고 있는 현재에 있어서도 조금도 변함없이 감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갈이 지난 8월12일 대한적십자사가 이산가족 찾기 운동을 제의한 이래 판문점에서는 남-북 적십자사 파견원들 간에 동 운동의 제의 및 수락을 확인하는 문서전달 모는 접촉이 세 차례에, 걸쳐 있었다.
이래서 판문점에서는 남-북 적십자 파견 원 간의 악수와 미소, 대화가 전국민에게 한 가닥 희망을 심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면에 있어서 북괴는 계속 무장공비를 침투시키고 도발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것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할 것인가. 북괴는 가족 찾기 운동을 수락하고 판문점에서는 악수와 미소를 교환하고 있지만 그 뒤에 있어서는 칠 수를 겨누면서 남쪽을 노리고 있다. 결국 판문점에서의 악수와 미소는 그들의 도발을 은폐하기 위한 위장전술이라고 밖아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엄연한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해야 한다. 물론 우리는 대한적십자사가 제의한 가족 찾기 운동이 성공되기를 바란다. 또 그를 위한 남북적십자회담이 열매를 가져오기를 바란다. 그 이유는 그것이 비정치적인 도적운동인 동시에 비록 남북간의 장벽이 있다하더라도 이 문제는 현실적으로 해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고, 또 이것이 계기가 되어 한국에서의 긴장이 해소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괴는 계속 대남 도발을 일삼고있다. 이는 북괴가 이른바「남한 혁명」전략을 추호도 변경함이 없이 견지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판문점에서의 북 적 파견 원이 김일성「배지」를 달고 나오고 북 적 정식호칭이 어떻다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북괴는 남-북 적십자회담을 벌써부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 적십자회담을 계기로 우리는 지나친 기대가 없지 않은 반면, 평화 무드에 사로잡히고 금방 그것이 성공되는 것처럼 간주하기 쉽다. 그러나 모든 대공협상에서 그런 것처럼 우리는 그 협상의 전도를 낙관해서는 안될 것임은 물론, 협상 뒤에 숨은 북괴의 흉계를 철저히 경계해야할 것이며, 이는 .최근의 만행이 응 변으로 가르쳐 주고 있다. 남-북 적십자접촉의 차후단계에서 우리가 명심하고 대처해야할 것은 바로 여기에 집약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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