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DJ쪽 '특검 거부'에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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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교착상태에 빠진 특검 처리 문제에 대해 3일부터 청와대에선 민주당, 특히 동교동계 쪽을 향한 불만의 소리가 늘고 있다.

유인태(柳寅泰)정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황이 꼬이는 이유가 뭐냐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 정권이 잘못한 것"이라고 서슴없이 답했다. 柳수석은 "하나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었고, 누구 하나 시원하게 밝혔으면 여론이 이렇게까지 꼬였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연 대북송금 문제를 파헤쳤을 때 얼마만큼 국익에 손상이 오는 건지를 판단할 자료조차 없어 고민스럽다"며 "이 대목은 전 정권에서 인수를 제대로 못받았으며, 매일 똑같은 얘기라 더 만날 이유도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불만의 이면에는 민주당 내 동교동계의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 특검 수사에 대한 결사항전이 여야 협상 재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다른 청와대의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보다 초반부터 특검 가능성을 배제했던 민주당의 태도가 더 경직돼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DJ나 전 청와대가 송금에 도움을 줬으나 자금 조성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던 부분을 믿는다면 그쪽도 거부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고 고개를 저었다.

청와대는 2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국내자금 조성 부문은 철저히 수사하되 대외거래 부문은 제외하자"는 제한적 특검안을 대안으로 거론했었다.

이 관계자는 "한나라당 쪽에서는 국익을 생각해 수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최악의 경우엔 청와대가 직접 한나라당과 특검법안 수정 협상을 벌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까지 했다.

청와대는 다음주 중 盧대통령과 여야 중진회담을 성사시킨다는 목표 아래 문희상(文喜相)비서실장과 柳정무수석이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물밑 접촉을 벌일 계획이다.

이에 앞서 盧대통령은 5일 강원용.박형규 목사, 함세웅.송기인 신부, 법장 스님, 강만길 교수, 이돈명 변호사 등 자신과 가깝거나 대선 당시 도움을 받았던 각계 원로들을 만나 특검법과 대북.대미 관계에 대한 여론을 듣기로 했다. 6일에는 최열.서경석 씨 등 시민단체 대표들과 만난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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