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바다(그림 김종하 글 박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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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처음 저 멀리 바다를 봤을 때엔
숨이 막혔다. (지상의 물질 같지가 않았기에!)
어쩌면 바다란
또 하나 다른 우주의 상처에서
아물 길 없이 꿈틀거리다가
이 지구 한 모퉁이로
쏟아져 고인 영액일지도 몰라.
바다, 바다, 바다, 바다,
무궁동 바다,
차츰 그 바다에 가까이 가서야
목청이 열렸다.
아아, 아아, 아아, 아아,
마치 처음으로 질러보는 음성인양,
진정 「아아!」 라는
모음이 있기에 구원이 되는 셈.
동해 푸른 바다,
서해 진흙 바다,
다도해 기름 바다,
해 뜨는 바다, 달 지는 바다
이젠 어지간히 보기는 보았건만
바다는 무량의 신묘불가사의!
더구나 이렇게 무더운 여름철
땀방울 솟는 이마엔 새삼
간절해진다.
아직 아무도 이르러 보지 않은,
아직 아무도 꿈꾸어 보지 않은
바다는 없을까. 태고의 김 서리는
순결 그 물건인
시원의 바다,
순색의 바다. <인천에서><제자 김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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