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칫솔로는 해결할 수는 없는 고민, 조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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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비뇨기과의원 임일성 원장
비뇨기과개원협의회 회장

중국 명대의 장편소설 ‘금병매’는 주인공이 여인들과 다양한 성행위를 즐기는 내용을 담은 일명 19금 소설이다. 여기에 보면 주인공이 최음 효과가 큰 마약에 넣어 끓인 천을 남근에 묶어 사정을 조절하고자 하는 내용이 나온다. 과거 아랍의 남성들은 사막의 뜨거운 모래에 중요 부위를 마찰시켜 감각을 둔화시키려는 노력을 했다는 설도 있다.

최근에는 칫솔이나 수건, 혹은 때수건처럼 거친 물건으로 귀두를 문지르는 방법이 효과 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돌면서 이를 시도해 보는 경우도 왕왕 있는 모양이다. 이런 근거 없는 설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게 된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조루 해결을 위한 남성의 다양한 시도는 아주 옛날부터 지속되어 온 것임은 분명하다.

과연 이런 방법들이 실제로 효과가 있을까? 답은 아래 사례에 있다. 얼마 전 사회 초년생인 20대 후반의 환자가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며 진료실을 찾았다. 성기 부위의 쓰라린 증상으로 걷기 조차 힘든 상태라고 했다. 이유는 성기의 찰과상 때문이었는데, 이 남성은 오랫동안 조루 증상으로 고민해 오다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우연히 칫솔로 귀두 부분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을 접하고 이 방법을 따라 하다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예민한 부위인 지라 상당히 고통스러웠으나 병원을 찾는 것이 부끄러워, 조금 참으면 상처가 아물고 성기의 감각이 무뎌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버티다가 결국 상처가 감염되어 진물이 나오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진료실을 찾은 것이다. 많은 이들이 이런 방법으로 귀두의 감각을 둔화시켜 조루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것 같은데, 이런 방법을 사용하다가 자칫 귀두에 상처가 생기면 세균에 의한 감염 및 심한 염증으로 더 심한 고생을 할 수 있다.

조루는 치료하기 쉬운 질환이다. 조루 치료제(프릴리지)가 처음으로 개발된 이후 의사의 처방을 받아 필요 시 한 알 복용하는 것 만으로도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치료가 간단하지만, 실제 병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전체 조루 환자 중 2% 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조루를 질환으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과 병원 방문을 꺼려하는 남성들의 심리 때문이다.

조루를 방치하면 남녀 모두의 성관계 만족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남녀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올 수 있다. 조루를 가진 남성의 이혼율은 건강한 남성에 비해 2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의 바이블이라 일컫는 ‘카마수트라’에 보면 ‘조루는 남녀 사이가 갈등을 일으킨다’고 기록되어 있다.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가 조루 문제로 이혼을 하는 마당에 젊은 남성의 사회생활에서 조루가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번의 결심으로 병원에 가서 조루 치료의 효과를 경험해 본다면 조루로 인한 고민이나 고통스러운 시간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명한 선택을 통해 행복한 성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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