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참여재판, 보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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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민참여재판을 놓고 ‘지나친 감성(感性) 재판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일부 사건의 배심원 평결에 대해 상식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개별사건을 이유로 제도 자체를 흔들려 하거나 드러난 문제점을 방치하는 것 모두 온당치 않은 태도다.

 시인 안도현씨에 대한 참여재판이 그제 전주지법에서 열렸다.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안씨는 당시 트위터를 통해 박근혜 후보를 비방한 혐의 로 기소됐다. 이 재판에서 배심원들이 전원일치로 무죄 평결을 했으나 재판부는 “재판부 견해와 일부 다르다”며 선고를 연기했다. 법조계에선 “선대위원장이었던 안씨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계속 올렸다면 비방 의도가 없었다고 봐야 할지 의문”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참여재판에선 박 대통령의 동생 지만씨에 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된 주진우 시사인 기자 등에게 무죄 판결이 나왔다.

 우선 참여재판의 취지부터 돌아보자. 참여재판은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시민의 건전한 상식을 형사재판에 반영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따라서 참여재판을 강화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기조는 앞으로도 유지돼야 한다. 다만 재판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보완함으로써 제도의 완성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이번 두 재판 모두 정치적 사건이 대상이었다. 정치적 사건은 강도나 살인사건과 달리 배심원 성향과 재판 분위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지역별로 정치 성향이 갈리는 상황에서 특정 성향이 과잉·과소 대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안씨 재판의 경우 문재인 의원이 방청석에 앉음으로써 배심원들에게 ‘정치 재판’ 인상을 줬다는 비판에 일리가 있다.

 현행법은 피고인이 참여재판을 신청하면 재판부가 실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배심원들이 직무를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할 염려가 있거나 참여재판이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될 때에는 배제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법원은 이런 법 취지에 따라 선거법 등 정치적 사건에 대해선 보다 엄격하게 배제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재판 진행에 있어서도 배심원들이 방청석 반응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평결 방식을 단순 다수결에서 가중 다수결(4분의 3 이상)로 바꾸면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본다.

 검찰은 재판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참여재판은 법 감정, 즉 감성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 기자 재판에서 검찰 측은 난해한 판례와 법 조항을 나열했다고 한다. 검찰은 배심원들의 감성을 탓할 게 아니라 배심원 선정 절차에 힘을 쏟고, 그들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해야 한다.

 참여재판을 사법 개혁의 이정표로 세우기 위해선 판사·검사·변호사, 시민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이번 논란이 제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