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화단의 자극제…중화민국 화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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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우리가 흔히「동양화」라고 일컫는 전통적 회화양식의 본고장인 자유중국의 현대작가 선전을 본다는 것은 우리에겐 근래 처음있는 일이요, 또 매우 뜻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9일∼18일 국립 공보관에서 전시)
전시된 10명의 작품 20점은 그들의 국립역사박물관에 의해 선정된 대표적 작품. 앞서 호주「캔버라」에서 열린 국제 동학자 회의의 전람회를 위해 준비했던 것들로서 다시「아시아」·태평양 지역 순회계획에 따라 우리 나라에 온 것이다.
여기에 출품한 작가들은 제각기 유파를 달리하면서도 온전하게 전통적 기법을 계승하여 현대의 요구에 부응시킨 점이 공통적이다. 따라서 여기에는 전위라는 구실의 실험적 작품을 포함하지 않았다. 대체로 익히 알려진 노장대가들에 선정기준을 둔 것으로 보인다.
산수에 있어서 황군벽·요몽곡·부연부·유연도제씨는 바로 이러한 분들이다. 모두 우리에게 낯익은 산수들인데 다만 부연부씨에 있어서 운무와 해도의 표현이 우리가 갖지 못한 비호방한 면을 한결 지니고 있어 뚜렷한 풍토 성으로 느껴진다.
난죽이나 화오에 있어서 고일홍 호극민씨도 매우 온건한 작가들이다. 그러나 진단성씨,『웅계』, 이기무씨의 『마』, 조이막씨의 『안』등에서 보이는 대담한 문입화 풍은 훨씬 신선하게 감각되는 것들인데 역시 이러한 경향에 한국화의 취향이 기울여있는 때문일 것이다.
그대서 온전하게 전통을 계승하는 이들 대표적 작가전은「딜레머」에 빠져있는 한국동양화단에 적잖게 자극될 것이 기대되고 있다. 그것이 현대회화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대체로 기초적 수련이 나약한 우리화단의 현실에서 한국화의 바탕을 새삼 반성할 개기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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