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괴접근 속셈 드러낸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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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은 드디어 북괴와 접근하려는 속셈을 드러냈다. 10일부터 2일간 일본외무성에서 열린 제5차 한일각료회의는 한국이 경제적 실리를 취한 반면 정치적으로는 일본측 수석대표인 목촌 외상대리가 『일본의 대북괴인사교류증대가 불가피하다』고 발언함으로써 궁지에 몰렸다.
지금까지 『어느 나라와도 친하게』라는 일본외교의 기준에서 북괴·중공·동독·월맹 등 4개 미승인국은 제외되어 왔었다.
그러나 「닉슨」 중공방문결정의 여파로 중공의 국제사회복귀의 발돋움과 함께 긴장완화의 물결은 거센 것이었다.
이러한 국제조류 속에서 북괴를 외면해온 일본정부는 이제 그 자세를 전환해야할 가중된 압력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김외무-목촌 외상대리 사이에 오고간 대화도 평행선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측으로서는 ⓛ한국의 대북괴 대화모색의 움직임과 ②미·중공접근이 가져온 극동의 긴장완화라는 화평「무드」에는 찬의를 표시하면서도 한국적인 특색이라고 할 수 있는 ①한반도의 긴장 ②「아시아」에 상존하는 침략요인 등에는 전과 달리 동의하기를 꺼리고 「아시아」의 긴장완화를 촉진하는 입장에서도 북괴와의 인적교류, 무역의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한국의 편애지양을 명백히 한 것이다.
한국측은 이번 각료회의의 환부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새로운 방향을 끝내 묵살하려고 했으나 이것은 최근 일본이 「도마도·주스」를 포함한 대북괴교역증대 방침의 표현으로 묵과할 수 없는 일본의 정책변경이었다.
과거 네 차례 열린 각료회담 때에도 일본정부는 대북괴교류 증대에 대한 야당의 압력을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그것이 국민의 압력의 표시가 아니라 일본정부의 적극적인 의사라는데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이르렀다는 중대한 의의를 갖는 것이다.
물론 김외무로서는 이러한 일본측의 대북괴접근책을 정면으로 맞아 반대하고 북괴가 아직도 남침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북괴의 전력을 증강시키는 교역은 배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자민당 안에서 「북괴·중공」문제에 대한 강·온파간에 중간역할을 맡아온 목촌 외상대리가 이에 동조할리는 없다.
한편 이같은 정치적인 측면을 두고 촛점을 이번 회담의 줄거리인 경제협력문제에만 국한시킨다면 이번 회담의 성과는 상당했던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우선 굵직한 것으로는 서울지하철 차관인데 내자용 3천만불까지 포함, 한국측이 요구한 8천만불 전액을 연리 4%, 20년 상환이라는 유리한 조건의 해외협력기금으로 지원 받게 된 것이다.
특히 이 지하철차관은 종전의 청구권 협력 테두리에 의한 재정차관 한도와는 별도로 공여되는 첫 재정차관이라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당초 중기 4천5백30만불, 특수강 2천9백36만2천불, 주물선 신천37만불, 신동 8백60만불 등 모두 1억3백63만5천불에 달하는 기계공사자금을 일본측에 제의했으나 이중 중기 3천만불, 특수강 2천6백만불, 주물선 1천8백만불, 신동 8백60만불 등 모두 8천2백만불 선에서 연리 6%, 상환기간 10년∼12년의 조건으로 일본측이 지원할 것을 합의했는데 이들 차관은 일본수출입은행의 지원을 받게된다.
그러나 전기한 2억1천만불의 각종 신규차관내용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따르고있다.
우선 이곳 신문들은 지하철 차관 중 5천만불은 지난해에 이미 타결된 것이며, 따라서 이번에 새로 합의된 것은 지하철 3천만불, 기계공업 8천만불, 선박차관 5천만불 등을 합쳐 1억6천만불로 보고있다.
한편 이중 선박차관은 아직 조건이 미결상태이기 때문에 실제는 1억1천만불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으며 또 공동성명에 명시된 자급규모가 지하철 8천만불에 선박 5천만불 뿐이라는 점에서 기계공업의 8천만불은 규모가 아직 유동적이라는 주장이 유력하다.
아뭏든 이상과 같은 몇몇 분야의 자금지원댓가로 한국측은 해운협정과 공업소유권협정 등 두 가지 문제에 양보한 셈이며 그런 점에서 이번 회담도 「기브·앤드·테이크」 원칙 속에 막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동경=조동오·김영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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