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각료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는 8월10일부터 동경에서 열리는 한일각료회담은 새로운 차원의 협력체제를 모색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어느 정도 일본측에 반영될 것이냐 하는 점에서 주목할만한 회담이 될 것 같다.
김학렬 기획원장관은 4일 한일협력관계가 종래의 공식에서 벗어난 새 협력분야를 찾겠다고 소신을 밝히면서 주요 의제를 공개했다. 김 기획이 밝힌 의제는 직접·간접으로 모두 제3차 5개년 계획을 위한 자금조달문제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아 무방할 듯 하다.
이미 정부안으로 제정된 제3차 5개년 계획에서 소요되는 총 외자는 38억6천9백만「달러」에 이르고있어 제2차 계획보다 50%의 외자도입증가가 예정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외자도입의 필요성이 크게 증대되고 있는데 반해서 소기한 차관을 제공할 수 있는 대상국은 2차 계획 때보다 줄어드는 경향에 있음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제3차 계획을 원안대로 집행하기 위해서는 일본측의 대폭적인 협력이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것이라 하겠으며 때문에 정부는 일본자본에 크게 기대하는 입장에서 이번 회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제3차 계획의 열쇠가 이번 회담의 성과여하에 따라서 좌우될 것이라는 점에서 우리 또한 그 성과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이 그러한데 반해서 일본의 입장은 지금으로 보아서 매우 미묘하다는 것도 주목해야 할 사항이라 할 것이다. 한일민간협력위의 폐막성명에서 일본측은 재정차관지원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했으나 상업차관문제에는 별로 배려한 흔적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민간 「베이스」 자본거래가 앞으로 저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을 뜻할 수도 있는 것이며, 결국 민간협력위는 정부간협력으로 협력의 주점을 옮기는데 주력한 인상을 주고 말았다 할 것이다.
일본의 재계가 민간 「베이스」에서 정부 「베이스」로 협력의 역점을 돌리고있다면 결국 일본정부가 우리의 3차 계획을 위해 어느 정도의 재정차관을 제공할 것인가에 문제의 초점이 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사리가 그와 같다면 일본측이 두 가지 조치를 취해야 우리의 기대와 부합할 수 있을듯하다. 하나는 일본정부의 현재의 재정차관규모를 대한지원을 위해 대폭 확대시키는 조치가 실현될 수 있느냐하는 점이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재정차관배분비율을 한국에 가장 기대하는 조치를 일본이 취해야 우리의 기대와 부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의 국제수지가 해마다 흑자폭을 확대하고있어 국제적으로 원화의 평가절상압력이 가중되고 있으며 이를 기피코자 일본은 자본협력을 강화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업적으로 철저한 일본은 상업차관위주로 자본협력을 계속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한 타산적인 원조를 버릴 공산은 클 것 같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이번 한일각료회담이 크게 벌어져 있는 기본자세상의 자리를 축소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것을 바라고자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