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사법 파동의 근치적 해결|김용진 <변호사·전 전주 지법 원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금년 들어 또 하나의 파동이 생겼다. 이를 가리켜 사법부 파동 또는 법조 파동이라고들 한다. 사법부에서는 좀처럼 파동이 없는 것이므로 우리들의 관심도 또한 크다. 당초 보도된 바는 검사가 법관에 대한 구속 영장 신청을 하였다는 정도이었으나 차차 알고 보니 오래 전부터 검사들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고 음으로 양으로 압력을 가하여 오다가 마침내 함정 수사까지 하여 구속 영장을 신청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기각되자 또다시 신청하면서 피의 사실 공표 죄까지 범하였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검사가 법관을 상대로 구속 영장 신청을 하였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오래 전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침해하여 왔다는 사실과, 앞으로도 침해할 염려가 있다는 점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파동이야말로 사법권의 독립을 수호하여 민주·법치 체제를 바로 잡기 위한 진취적이며 건설적인 결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사법권의 독립이란 것은 비단 검찰로부터의 압력 배제뿐 아니라 그 이외의 행정부처로부터의 압력을 배제하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고, 사법부 자체 안에서의 상소 제도 아닌 방법에 의한 압력도 배제해야 하고, 다시 생활비를 비롯한 여비 기타 재정상의 곤궁도 제거되어야 수호되는 것이다. 이번의 파동에서 문제된 것은 여비 부족과 검찰로부터의 압력 배제뿐이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혹시 그 이외에 다시 위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유형의 압력은 과연 없는 것인가?
그렇다면 이번 파동을 계기로 하여 일선 법관들이 지적하는 침해 사실을 배제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아주 도지지 않도록 근치 하는 방법으로, 그 이외에 상상되는 침해가 없도록 그 소지를 제거할 방도는 없을 것인가? 모처럼 이번 파동을 처리키 위하여 대법원 행정 회의를 개최하였다고는 하나 과연 어떠한 묘안을 모색하려는지 보도된바 없고, 다만 사법부 의장이 서울 민사 지법 법관들의 건의문을 가지고 행정부 최고 책임자를 만나 해결하기로 결의하였다니 궁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을 뿐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