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시험대에 오른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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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김진태 전 대검 차장이 새 검찰총장 후보자로 내정됐다. 총장후보추천위원회가 4명의 후보를 추천한 지 3일 만으로, 검찰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한 조치다. 이제 김 총장 후보자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 내정 사실을 발표하면서 “검찰 조직을 하루빨리 정상화하고 현안 사건들을 공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마무리하며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새 총장 내정은 지난 9월 말 채동욱 전 총장이 물러난 뒤 검찰의 리더십이 공백 상태였다는 점에서 그 시급성이 인정된다. 특수부 출신인 김 총장 후보자는 지난해 11월 한상대 전 총장이 검란(檢亂)으로 사퇴한 뒤 총장 직무대행을 맡아 조직을 무난하게 이끈 경험이 있다. 하지만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동향인 경남 출신이란 사실이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 야당에선 “김 실장이 또 한 명의 대리인을 총장으로 보내 검찰을 장악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 검찰이 직면한 최대 과제는 정치적 중립 확보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채 전 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사퇴한 데 이어 특별수사팀장이 직무에서 배제되면서 외압 시비가 불거진 상태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어떻게 지키고, 검찰 개혁을 어떻게 추진할지 의지와 복안(腹案)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단순히 다짐 차원이 아니라 ‘정치 검찰’ 시비에서 벗어날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정원 사건 수사가 한 점 의혹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한 조사를 독려해야 한다. 앞으로 국정원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를 보면 ‘김진태 검찰’의 의지가 확인되리라고 본다.

 만약 이번 총장까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다면 검찰이 다시 서기는 쉽지 않다. 김 후보자가 성공한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선 구태와의 연결고리를 과감하게 끊는 결단이 필요하다. 김 후보자는 지금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