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무릎관절염, 무출혈 내시경 시술하면 등산도 거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서울부민병원에서 무릎인공관절수술을 받은 60대 여성환자가 운동치료사의 도움으로 무릎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건강한 황혼을 방해하는 불청객이 있다. 닳아서 삐걱거리는 무릎관절이다. 그러나 노인환자는 걷기 힘든 지경이 와도 병원가기가 두렵다. 고령환자의 치료 결과를 좌우하는 건 환자 체력과 생활방식을 고려한 적절한 치료법이다. 보건복지부로부터 관절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부민병원 의료진의 도움말로 노년층의 관절질환 치료와 관리법을 알아본다.

만성질환 관리해 위험요소 차단

김은순(60·여·서울 강서구)씨는 2년째 왼쪽 무릎이 욱신거린다. 최근 통증이 심해져 한걸음 떼어놓기조차 힘들다. 방사선 촬영 결과, 무릎관절 연골이 거의 닳아 없어진 상태였다. 수술이 필요했지만 문제는 고혈압이었다. 수술 전 신체검사에서 고혈압을 발견한 김씨는 혈압관리가 전혀 안 돼 있었다. 병원에서 2주간 혈압을 집중관리해 최적의 건강상태를 만들고 나서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고령 환자에게 만성질환은 수술의 위험성을 가중시키는 복병이다. 부산부민병원 관절센터 서승석 원장은 "만성질환을 고려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수술을 받으면 수술 중 혈압상승·감염·심장마비·쇼크 같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당뇨병으로 혈당치가 높은 상태에서 수술을 하면 염증이 심해질 수 있다. 높은 혈당은 세균이 잘 번식하는 최적의 환경이다. 수술 후에 병이 악화하고 회복이 더딜 가능성이 크다. 고령 환자는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부민병원이 관절·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1433명을 조사한 결과, 60세 이상 환자에서는 만성질환자 비율이 50%를 넘었다.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 정훈재 진료부장은 “자신이 만성질환 환자인줄 모르는 사례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고령환자는 만성질환을 집중 관리해 안전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최적의 건강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서승석 원장은 “당뇨병·고혈압이 있는 환자가 관절질환을 방치하면 걷기조차 힘들어 만성질환이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력·손상 수준 고려한 치료법 선택

관절질환으로 진단받았을 때 먼저 고려할 점은 수술 여부다. 고령환자는 면역력이나 회복속도에 취약하므로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정훈재 진료부장은 “운동·약물로 나아질 수 있는지 진단하고 환자의 생활방식·통증·병력·체력을 따져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골·신경이 심하게 손상되지 않았고,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력과 근력이 있다면 고령환자도 재활만으로 무릎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 약물 치료로 통증조절이 잘 되는 환자도 마찬가지다.

 연골이 남아 있는 초·중기 퇴행성관절염이라면 관절내시경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내시경에 초소형 카메라와 수술기구가 함께 장착돼 있다. 시야가 확보돼 손상 부위를 정확히 제거하고 다듬는다. 절개 범위는 1㎝ 내외라서 출혈이 거의 없다.

 퇴행성관절염이 악화돼 연골이 닳아 없어지면 인공관절수술을 한다. 무릎관절이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해서다. 그동안 수술을 할 때는 20㎝ 이상 피부를 절개했다. 손상이 커 출혈·통증·감염은 물론 긴 재활기간을 피할 수 없었다. 최근 이런 고민을 줄인 수술법이 나왔다. ‘최소상처수술’이다. 절개 부위가 작아 고령환자와 만성질환자에게 적합하다. 서승석 원장은 “인공무릎관절 수술은 8㎝ 정도 절개한다”며 “뼈·신경·근육의 손상이 적어 감염과 합병증, 통증을 줄인 수술법”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수술 난도가 높다. 좁은 시야로 수술 부위를 세밀하게 보아야 하므로 의료진의 숙련도가 요구된다. 수술 후 관절 운동범위를 넓히고, 무릎 주변 근력을 강화하는 재활치료에 적극 참여해야 수술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부민병원은 …

관절·척추 환자의 치료 결과를 높이는 표준화된 치료시스템을 도입했다. 의사마다 다르게 처방됐던 치료과정을 상황별 매뉴얼로 체계화했다. 그 결과 환자의 평균 재원일수를 3~7일로 단축시켰다. 고령환자에게는 내과·신경과·정형외과·응급의학과·통증의학과가 협진하는 맞춤형 토탈케어를 적용한다. 수술 전후 효과와 부작용을 예측하고, 최적의 수술 결과를 낸다. 24시간 응급의료기관으로 사고에 적극 대응하는 의료시스템도 갖췄다. 서울·부산·구포에 900 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부민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관절전문병원으로 지정받았다.

글=이민영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