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의원생활 이렇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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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반갑습니다.』초선의원인 두 사람은 국회의사당 건너편의 어느「코피·숍」에서 활짝 웃으며 나란히 앉았다.
의원생활을 보람있게 보낼 구상에 대해 얘기해 달라는 주문을 받고『얼마 전에 골프장에서 인사를 나누고 어울렸을 때도 그런 얘기를 주고받은 적이 있다』면서 여-야 이전에 정치가, 정치 이전에 사람이 있는 것이니까 먼저 인간으로서의 성실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흔히 정치를 사기·협잡으로 보는 경향을 못마땅히 여기면서 참다운 휴먼·릴레이션으로 엮어지는 정치를 위해 우리 젊은 사람들이 앞장서야겠다고 했다.
한=사실 끊임없이, 지속되는 세대교체의 현상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우리가 앞으로 한 20년간은 서로 보기 싫을 정도로 두고두고 만날 것이니 젊은 세대의 사명을 살려 잘 좀 해봅시다.
이번 신민당에 젊은이들이 많이 진출한데 크게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김=8대 국회는 중요한 사명을 띠고 있어요. 처음으로 균형 국회를 이루게 된데 대해 식자간에「조용한 혁명의 서장」이라고들 말합디다만… 이젠 우리의 민주연륜이 의회정치를 본궤도에 올려놓을 만한 때가 되었고 우리도 좀 멋있는 정치를 해야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한=의석의 균형은 여러 면에 변화를 가져올 것 같아요. 결과적으론 공화당에도 도움이 될 걸로 봅니다. 이제 집권당도 이상 비대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로로 힘을 길러야 할 때지요.
과거엔 야당의원들도 어떤 면에선 편리했지만 앞으론 모두가 열심히 연구하고 모든 아이디어를 총 동원하는 성실한 자세를 갖춰야 할겁니다. 또 여당의원도 거수 기 역할 만으론 안되지요. 결국 이런데서 정치의 참된 멋을 찾을 수 있게 될 것 같군요.
김=정치란 설득이 아닙니까. 의견 충돌도 있겠지만 성실한 대화를 통해 국민 앞에 부끄럼 없는 공개정치를 해야 합니다.
한=선거구민이나 윗사람의 눈치나 살피다보면 아무 것도 못하게 됩니다. 우리처럼 아직 정치의 깊은 내막을 모르는 젊은 사람과 나이가 많아 은퇴직전에 있는 사람이 가장 용감해질 수 있다고 봐요.
두 사람은 국민과 정치의 단층, 유권자와 의원의 단층을 깨뜨려 부끄럽지 않은 국회의원생활을 하자고 다짐했다. 국회의원이「특수층」일 수가 없다는 것. 그래서 정치는 협잡과 동의어로 쓰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에는 떨어져도 좋다는 생각으로 일하면 오히려 국민이 알아주지 않겠느냐』면서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며 일어섰다. <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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