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발소] "여자는 운전하지 마?"…자동 검색으로 본 해석남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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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검색을 통해 성(性) 불평등을 표현한 UN 캠페인 포스터 사진이 공개됐다. 이 사진에는 클로즈업된 4명의 여성들 얼굴이 담겼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여성들의 입 부분에 구글 검색창이 올려져 있다는 점이다.

검색창에는 ‘여자는 ~해야 한다(women should)’, ‘여자는 ~할 수 없다(women cannot)’, ’여자는 ~을 원한다(women need to)‘, ’여자는 ~를 해선 안 된다(women shouldn‘t)’라는 완성되지 않은 문장이 들어가 있다.

과연 해외 네티즌들은 이 문장과 관련해 어떤 내용들을 검색했을까? 구글의 자동 검색은 인터넷상에 존재하고 있는 성 차별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이 공익 광고는 3월 9일부터 이뤄진 구글 자동 완성 검색 결과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여자는 ~해야 한다‘라는 문장 뒤로는 “여자는 집 안에 머물러야 한다”, “여자는 노예처럼 일해야 한다”, “여자는 주방에 있어야 한다”등의 내용이 등장했다. 또 ’여자는 ~할 수 없다‘라는 문장에는 “여자는 운전을 할 수 없다”, “여자는 신뢰할 수 없다”등의 단어들이 붙었다. 뿐만 아니라 “여자는 조종 당하길 원한다”, “여자는 투표를 해선 안 된다”, “여자는 일해선 안 된다”등의 비하 발언이 난무했다.

성 평등에 초점을 맞춘 이 캠페인은 구글의 검색창을 이용해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여성에 대한 혐오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해당 공익 캠페인을 제작한 아트디렉터 크리스토퍼 헌트는 “우리는 이 검색 결과를 발견했을 때 큰 충격을 받았다.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확인한 이상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남녀 평등을 논하려면 ’김치녀‘라는 단어의 뜻을 집고 넘어가야 한다. 이 단어는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댓글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다. 김치녀라는 말은 명확히 정의할 순 없지만 남자들에게 데이트 비용이나 결혼 비용 등을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돈으로 결혼 상대를 평가하는 여성 등을 지칭하는 인터넷 은어다. 명품 소비를 선호하면서 부모나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의존하는 젊은 여성을 일컫는 ’된장녀‘의 개념과 비슷하다. 그런데 최근에는 점차 한국 여성을 싸잡아 매도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이는 주로 여성들이 성 불평등을 호소했던 과거와 다른 모습이다. 일부 남성 네티즌들은 오히려 자신들이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결혼 상대자의 직업과 연봉만을 따지는 여성들에게 강한 적대감을 표시한다. 일반인들이 출연해 결혼 상대를 찾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한 여성 출연자가 “신혼집으로 이 정도는 됐으면 한다”등의 조건을 말했다가 남성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는 경우도 있다.

앞서 소개한 공익광고와 비교했을 때 ’김치녀‘라는 여성 비하 단어는 지나친 남성 의존성을 대변한다. 캠페인은 주체적이고 동등한 인간으로서 여성을 평등하게 바라봐 달라는 내용인데 반해, 국내 인터넷상에서는 수동적으로 남성에게 받고만 싶어하는 여성들이 오히려 남성들의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서 ’여자가‘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여자가 남자를 좋아할 때 행동들”, “여자가 남자에게 관심 있을 때”, “여자가 남자를 싫어할 때 하는 행동”,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등의 문장이 자동으로 검색창 하단에 나타났다. 자동 검색 기능으로 본 한국의 여성 옆에는 불평등이 아닌 남성이 따라붙고 있었다.

안송이 기자 songi33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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