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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지역감정 추방|길병전<공화·장수-무주>박일<신민·밀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드러난 달갑지 않은 로컬리즘-. 이 때문에 국회의원과 대통령선거에서 남달리 고전을 겪어야했다는 길병전씨(공화)와 박일씨(신민)는 지역감정이란 용어조차 없애자고 한다.
신록이 우거진 덕수궁 뜰에서 첫 대면한 길·박 양씨는『이 맑은 바람 같은 선거풍토를 만들도록 지역감정을 없애는데 합심해 노력하자』고 다짐한다.
『지역감정을 자주 화제로 삼을 필요도 없습니다. 이젠 건설적인 방향에서 얘기를 나눕시다』는 길씨의 말을 받아, 박씨는『전라도나 경상도라는 특정지역을 두고 말하는 지역감정의 개념부터 고쳐야합니다. 경기도나 충청도 등 어느 지역도 감정대립이 있을 수 없듯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개념자체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
선거에서 두 사람이 체험한 지역감정의 영향도 비슷한 것 같다.
길=대통령선거 때 전북에서 유일하게 이긴 것이 국회의원선거에선 역풍으로 몰아쳐 여당이면서도 무척 외롭게 고전을 했습니다. 특히 모 중진이 영남에서 지역감정에 호소한 것이 바람을 가속시켰고, 상대방은 더욱 부채질을 해 누구보다도 지역감정의 뼈저린 체험을 했지요.
박=대통령선거에서『경상도와 전라도가 줄다리기를 한다』는 말을 퍼뜨린 것은 정치인들의 큰 죄과였습니다. 지역감정은 좋은 의미에서 애향심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순수한 감정인데, 이걸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선거 때마다 오도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이 책임지고 시정해야 합니다.
길=정치이전의 중대한 문젭니다. 이대로 가면 민족분열의 위기를 가져올지도 모르니 정치인과 국민이 함께 각성해야합니다. 선거 때는 물론 평소에도 서로 언행을 조심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해야지요.
박=지역감정을 가져야할 역사적 이유나 지정학적 이유도 없습니다. 결국 정치기능이 국민을 나쁜 방향으로 몰고 가고 있기 때문이죠. 애향심을 국가적 차원으로 끌어올려야 할 과제라고 봅니다.
지역감정에 대한 진단은 깊이 있고 진지하다. 해결해 나가야할 방향도 국가적 차원으로 뚜렷하다. 그러나 구체적인 처방은 과제의 중요성 때문에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지역간의 소외의식을 없애도록 교통과 산업화를 촉진하는 균형행정을 해야하고, 특히 인사정책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 등이 처방의 하나일 수 있겠지요. 즉, 의사 소통과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거지요.』(길씨)
『교통소통·인사정책 등도 중요하겠지만, 그런 행정의 차원과는 달리 국민과 정치인의 「가치판단 기준」을 바로잡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토의 허리가 잘린 현실을 직시하고 통일의 염원을 좇는 가치관을 세워야 합니다. 이를 위해 범 국민적 캠페인도 벌여야 할 것입니다.(박씨)
공화당의 창당 멤버로 전북 사무국장을 지낸 길씨의 행정형과 10여 년 동안 야당생활을 한 신민당 경남도당위원장 박씨의 사회운동 론은 측면은 달리하지만 충돌되는 처방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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