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사망 뒤늦게 안 경기 팀의 이철희 군|관중 울린 눈물의 시상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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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아버지를 잃은 한 가족의 집념이 경기 팀을 목포에서 서울까지 완주시켰다.
13일 하오 대 중앙 역전경기대회 시상식이 끝나자 경기 대표 이철희(14) 선수는 뒤늦게 사망 소식을 듣고 서울운동장 잔디 위에 뒹굴면서 『아버지』하고 절규, 시상식을 보러 몰러든 수천 관중들의 눈시울을 붉혀주었다.
평택 동중 2학년인 철희의 가족들은 선수들이 목포 출발을 앞두고 인천에 집합한 지난6일하오 아버지 이한길씨(54)가 뇌일혈로 숨지자 철희에게는 게임 후에 알려주도록 임원들에게 당부하고 장례식을 치르고 말았다.
평택군 송탄읍 신장리의 집에서부터 멀리 천안까지 원정 응원한 가족들은 『아버지가 사업 관계로 못 오셨다』고 거짓말로 얼버무리고 『철희야 잘 싸워라』고 격려만 해주었다.
그동안 어머니 윤금옥 여사(48) 누나 경숙양, ○○삼촌인 한복씨(39)의 말소리는 슬픔에 목메어 .있었으나 게임에 몰두한 철희는 눈치를 채지 못하고 13일 병점∼수원간 제5소구간을 뛴 다음 서울운동장에서 이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다.
아버지 이한길씨는 철희에게 자랑스런 코치이자 평택 동중고의 선수에게는 매니전 격.
현재까지 평택 육상경기 연맹 회장직을 맡아온 이한길씨는 작년 동중·고 육상부 창설을 도왔고 그후 연습이 있을 때마다 각종 음료수를 싸들고 선수들을 찾는 열렬한 육상 광이었다.
팀 창설 1년만에 동중·고에서 아들인 철희를 비롯, 임상규·민승기·김재룡 등 4명의 선수가 경기대표로 선발되자 출발을 앞둔 지난 5일 평택 출신대표를 집으로 초대, 환송회까지 열어주었으니 비보를 전해들은 다른 선수들의 슬픔도 철희 못지 않게 큰 것이다.
식료품상의 이익금을 육상에 모두 투입해온 이씨의 사망으로 평택의 육상은 앞으로 큰 타격이 예상되나 철희나 다른 선수들 모두 슬픔을 극복하고 평택 육상의 꽃을 피우겠다는 굳은 약속이다.
신장 1백60m, 체중이 49㎏인 철희는 이번 대회에서 3소구에 출전, 아직 기록은 좋은 편은 아니나 트레이닝만 거듭한다면 유망주로 대성할 수 있다는 전문가의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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