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낚시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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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낚시가 어느새 주말 「레크리에이션」이 되었다. 그이는 10년 가까이 낚시를 즐겨온 자타칭의 「꾼」이다. 결혼 첫해에 몇 번 따라 다닌 것이 내게도 낚싯병을 가져다 준 화근(?)이었다.
제철을 맞아 안절부절 시간만 있으면 낚싯대며 찌며 낚시기구만 만지는 그이가 딱했다. 할 수 없이 몇 번인가 혼자 다녀와도 좋다고 허락(?)을 해놓고 나니 은근히 부아가 난다.
다섯달 밖에 안된 아기를 누구에게 맡길 수도 없고 그러기도 싫으니 천상 그이를 따라 나서려면 업고가야 할 판이다. 지난 토요일엔 혼자 또 가겠다기엔 미안했던지 내게 함께 가자고 한다. 망설여지는 맘을 다잡아 기저귀를 한 보따리 싸들고 새벽기차를 타기로 했다.
식구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한다는 노릇이 시아버지·시어머니를 모두 깨워 놓고 보니 새벽부터 소란을 피운 꼴이 되고 말았다.
기찻간은 낚시꾼이 가득했다. 『아기까지 둘러 업고….』
등뒤에 낚시꾼의 야윳조 농담이 들려왔다.
낚시터엔 구름이 끼여 춥고 비까지 내릴 듯 잔뜩 찌푸려 있었다. 괜히 따라나선 것 같아 벌써 후회막심이다.
차차 날씨가 개고 기온도 따뜻해져 그이는 오전중에 7치짜리 붕어 한마리를 낚았지만 더 이상의 수확은 없었다. 아가는 잠도 안자고 기분좋게 깔깔대며 같이 놀잔다.
낚싯대는 잡아보지도 못한 채 바람이 거세지고 날씨가 다시 흐려오자 낚싯대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시골집에 앉아 순박한 인심을 맛보다 집을 향한 것은 5시께 였다. 시골길을 걸었다. 맑은 공기의 아늑한 풍경 속에서 온갖 시름이 멀리 서울에만 있는 것인 듯 상쾌한 기분이다.
가끔 그이를 따라나서는 만용(?)도 부려볼만 하다고 느껴진다. 박영희<서울성북구 미아4동87의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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