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정원 '트위터 공작' 진상 규명 피할 수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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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지난해 대선 당시 야권 후보들을 비방하는 등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관한 내용을 담은 트위터 글을 대량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적 정치 개입으로 의심받을 활동이 또다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일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그제 공개한 검찰 공소장 변경 신청서 내용을 보면 충격과 착잡함을 감출 수 없다. 국정원 심리전단 일부 직원들이 “문재인의 주군은 김정일” “문재인의 대북관은 종북을 넘어서 간첩 수준”이라는 등의 내용을 트위터에 올리거나 리트윗(재전송)한 것으로 제시됐다. 반면에 박근혜 후보에 관해서는 “오로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념으로 개인의 모든 걸 버리고 희생…” “박근혜 후보 후원계좌 안내” 등의 글을 발송하거나 리트윗했다는 것이다.

 문제의 트위터 글이 수사팀 설명대로 5만5689건인지, 여당 측 주장대로 2233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복수의 국정원 요원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들에 관한 비방이나 지지 글을 트위터로 확산시켜 왔다는 사실 자체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 ‘봇(BOT)’이라 불리는 자동 리트윗 프로그램까지 동원됐다니 대체 심리전단은 무엇을 위한 조직이었다는 말인가. 규모와 내용 면에서 검찰이 지난 6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기소하면서 제시했던 인터넷 댓글들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러한 트위터 활동이 조직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원 전 원장 등 재판이 주목되는 건 그래서다. 어제 재판에서 검찰은 특별수사팀이 트위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낸 공소장 변경 신청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이미 기소된 부분과 동일성이 없는 데다 국정원 직원 체포 과정에서 적법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만큼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법원은 공소장 변경이 타당한지, 트위터 활동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법률과 사실에 따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정치권도 국정원 직원들의 활동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그 진상을 규명하는 데 힘을 모을 때다. 정치적 유·불리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검찰의 판단 사항인 공소장 변경 철회를 언급한 건 적절치 못한 언행이었다.

 아울러 지난 17일 상부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여주지청장이 특별수사팀에서 배제된 과정 역시 정확한 진상이 가려져야 한다. 어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수사팀장이었던 윤 청장과 수사 지휘 책임자인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두 검사는 여야 의원들 앞에서 “네 차례 보고했다” “절차에 흠결이 있다”고 맞섰다. 수사 외압 시비도 벌어졌다. 대검은 이번 논란에 대해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벌인 뒤 있는 그대로를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