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인물] 야당보다 더 … 쓴소리 쏟아낸 이재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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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보다 더 센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발언만 보면 여당 의원인지 야당 의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지난 15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경찰청 국감. 민주당 김민기 의원은 “경찰공제회가 낙하산 인사를 임명하기 위해 서류 심사 자료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성한 경찰청장에게 조사를 요청했다. 당시 증인으로 나온 인사추천 위원은 ‘9개월 전이라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자 이재오 의원이 김 의원을 거들고 나섰다.

 “말이 안 된다. 누구든 이 자료를 보면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과 국감의 명예를 걸고 위원회 결의로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

 야당 의원이 공격하면 여당 의원은 정부 기관을 방어하거나, 최소한 방관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스스로 “여당은 피감 기관과 증인을 보호해야 한다고 도식적으로 생각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당의 입장을 갖고 국감에 응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이날 증인 선서를 거부한 김용판 전 서울청장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이 자리의 (민주당) 문희상 의원님, 이해찬 의원님이나 저는 감옥에도 갔고 경찰·검찰·국정원에 불려 다니며 고문도 당하고 들것에 실려 재판을 받아봤다”며 “그렇지만 김 증인이 말하는 (선서거부) 이유는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증언선서를 거부했기 때문에 증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이해찬 의원의 발언에 지지 의견을 표명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 댓글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도 경찰관계자들에게 훈계를 했다. 그는 “제가 76년에 (유신 풍자극 연출로) 잡혀가서 아무리 혐의를 부인해도 유죄를 내려 감옥에 갔는데 무죄를 받는 데까지 37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진실을 덮을 수는 있어도 없앨 수는 없다. 경찰이 검찰과 국정원으로부터 당당해야 한다”고 했다. 당시 민주당 의원들도 이 의원의 발언을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이 의원은 15일 안행부 국감에선 세종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유정복 장관을 상대로 “세종시는 비효율의 극치이자 총체적 실패”라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고 세종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선 행정부처 관리 주체인 안행부가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장관은 같은 당 박근혜계 핵심의원이기도 하다.

 이명박정부 핵심 실세로 당의 주류였던 이 의원이 이젠 청와대와 각을 세워가며 비주류 간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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