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프로] 영혼을 울리는 '한국의 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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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의 소리를 지키는 이들이 있다.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지만 일생을 바쳐 천음(天音)을 구현한 명인들. 대를 이어 예혼(藝魂)을 지켜 온 사람들.

KBS는 오는 5일부터 5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소리'(밤 12시)를 방송한다. 이 시대 마지막 소리결을 놓지 않고 있는 이들을 만나 그들의 소리를 듣는다. 고화질(HD)TV용으로 제작돼 살구꽃 핀 마을의 매구굿,파도가 넘나드는 해변의 굿을 있는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죽은 자를 위한 산 자의 어머니(5일)=씻김굿의 고향 진도에선 정작 굿판이 사라지고 있다. 굿을 청하는 사람이 줄어든데다 씻김을 제대로 할 단골(무당)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채정례(77.사진)선생은 단연 독보적이다.

그는 남편의 징과 조카의 장구에 맞춰 죽은 자의 잔치에서 산 자를 달래는 소리를 풀어낸다. 저승사자를 달래는 사자상의 떡들을 떼어 구경꾼을 먹이는 정성도 좋고 긴 제석굿을 풀어놓는 성음도 일품이다.

▶서편(西便)소리를 지킨다(6일)=한승호(79)선생은 일생을 여행해 '광주판 서편제'로 통하는 대가 김채만 선생의 소리를 찾아냈다.

그는 은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캄캄한 밤 혼자 산길을 가는 심정'으로 자기만의 소리를 개발했다. 그가 부르는 적벽가를 들으면 "적벽강에 불지르러 간다"는 그의 표현이 빈말이 아님을 알게 된다고 한다.

▶예혼을 지켜 온 가문(7일)=한 시대를 풍미했던 청송 심씨 일가의 예맥(藝脈)을 잇는 마지막 인물 심화영(89)선생의 모습을 담아낸다. 그는 중고제(中高制)의 대가인 아버지 심정순, 가야금 산조와 병창에 탁월했던 사촌오빠 심상건, 친오빠 심재덕, 가야금 산조와 소리로 이름난 언니 심매향 등 타고난 소리꾼 가문의 맥을 잇는 예인이다. 그를 통해 일제시대에 축음기 음반을 가장 많이 냈다는 청송 심씨 가문의 모습을 살펴본다.

▶춤을 부르는 소리(13일)=진주의 김수악(78)선생은 가무(歌舞)를 겸비한 명인이다. 특히 그는 구음(口音)의 대가다. 구음이란 악기를 가르칠 때 악보 격으로 그 소리를 입으로 내는 것인데 그 자체만으로 더할 나위 없는 곡이 된다. 춤꾼들은 "김수악의 구음이면 헛간의 도리깨도 춤을 춘다"고 했다.

▶다도해의 제사장(14일)=스무가지가 넘는 직업을 전전하다 굿판에 돌아온 통영세습무의 전수자 정영만(47)씨. 이 젊은 명인은 조상들의 소리를 찾는 데 일생을 걸고 있다. 남해안 지역의 온갖 예능이 그에게로 모이고 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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