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고영호 사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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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치렬 중앙정보부 차장은 9일에 있은 기자 회견을 통해 그 동안 일본을 거점으로 하여 예비역 장교들을 포섭, 오는 5월부터 8월 사이에 서울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전복하려다 일본 경찰에 자수한 북괴 간첩 고영호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발표했다.
우선 그 골자를 보면 간첩 고는 54년9월 국군 모 사단 항공 대장으로 재직 중 무단 탈영, L-19를 훔쳐 일본으로 도망한 뒤 조총련에 포섭되어 67년10월 154차 북송선을 타고 월북, 밀봉 교육을 받고 작년 10월 일본 청삼 해안으로 잠입했으나, 그 뒤 일본 경찰에 자수한 자이다.
9일 고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밝힌 바에 의하면 북괴는 소위 3단계 파동이란 폭력 전술을 획책, ①1단계로 선거기에 학생 및 민중의 「데모」를 유발하고 ②2단계로 「게릴라」를 정복 경찰관으로 가장 침투, 「데모」대에 발포함으로써 군중 심리를 자극하고 ③3단계로 국군 복으로 위장 침투하여 군중과 합세, 방송국을 점령하고 북괴의 지원을 요청하여 남침의 구실을 주어 정권을 넘어뜨릴 계획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에도 북괴의 무장공비 또는 간첩은 간단없이 침투하고 있었으며, 그때마다 소탕·적발·폭로되고 있는 것이지만, 이번 고영호 사건에서 다시 한번 절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북괴의 대남 침투 및 전복 전술이 얼마나 교묘하고 악랄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간첩 고는 한때 국군 모 사단 항공 대장이었으며, 장기간 북괴에서 밀봉 교육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그에 대한 지령이 예비역 장교들을 포섭하여 무력 「쿠데타」를 일으키도록 한 점등은 다같이 이번 발표된 사건에서 각별히 주목되는 것이다.
북괴가 남한의 적화를 궁극적 목표로 하여 어떠한 수단 방법도 가리지 않고 무슨 짓이든 닥치는 대로 획책해왔던 것은 이미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번 사건과 더불어 다시 한번 북괴 도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하겠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하여 북괴는 항상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충격을 주는 전법을 책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역시 언제나 방심함이 없이 이들의 흉계를 물리칠 최선의 대비가 있어야하겠음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가 북괴의 위협, 특히 간접 침략에 대비함에 있어서는 비단 군사적인 면에서만이 아니라 비군사적인 면, 예를 들어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 등 모든 부면에서의 균형된 발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북괴는 항상 우리 사회의 취약점을 노려, 그 모순을 첨예화하려고 획책하고 있는 것이므로 철통같은 반공 태세란 바로 이러한 사회의 안정과 명랑화를 위한 노력이라 아니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명랑한 사회 질서 확립의 대전제가 되는 사회 기강의 확립 문제, 즉 흔히 지적되고 있는 바와 같은 불신 풍조와 부정부패의 일소를 무엇보다도 서둘러야할 것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오늘날 국가 안보 개념에는 한편으로 외부로부터의 침략 위협에 능히 대처할 수 있게 철통같은 방위 역량을 갖춘다는 것과 아울러, 또 한편으론 부정부패 등의 만연으로 인한 내적 사회 불안의 요인을 완전히 일소한다는 뜻이 함께 포함돼 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군다나 끊임없는 북괴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입장에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이 두 가지 면에서의 효과적인 대책 안을 함께 강구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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