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옷은 유행이 없다|기본 조건과 선발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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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른들의 옷에 대해서는 비교적 많은 관심과 연구가 있으면서도 어린이옷은 소홀하게 여기는 것이 보통이다. 어머니가 직접 만들어 입힐 때나 어린이 기성복을 선택할 때는 먼저 기본적인 조건을 생각해야 한다. 의상 「디자이너」 이영옥씨에게 어린이옷을 선택하는 요령을 들어본다.
좋은 어린이옷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린이의 신체적 성장과 생활을 바르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어린이는 나이가 어릴수록 머리가 크고 목이 짧고 가슴·허리·히프의 차이가 적다. 자세도 배가 나온 것 등 어른의 체형과는 다르다.
어린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심한 운동에도 편안하게 견딜 수 있는 디자인과 옷감을 선택한다.
어린이의 성장은 눈에 뛸 정도로 빠르고 그 속도는 부분적이어서 「밸런스」는 일정하지 않고 개인적인 차이도 심하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어린이 성장의 빠름을 생각해서 우선 넉넉한 치수를 사는 경우가 많다.
체형에 맞지 않는 옷은 보기에도 거북할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비과학적이다. 그러므로 어린이의 옷을 마련할 때는 몸에 알맞는 것을 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 계절만 입고 버릴 수 없는 것이니까 성장에 따라 조금씩 늘려 입힐 수 있도록 시접을 약간 넉넉하게 잡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또한 어린이의 성장은 치수적인 것 뿐 아니라 어린이 나름대로 생활 환경이 달라지는 관계로 정신적인 성장에다 얼굴 표정이 달라진다. 따라서 「디자인」과 색깔에 변화를 주도록 한다.
옷감은 신진 대사와 운동이 심한 관계로 무명과 같이 흡습성·통기성이 좋은 천연 섬유가 이상적이다. 운동하기에는 「메리야스」 나 신축성이 있는 소재가 기능적이다. 견고성이나 손질의 편의를 위해서는 화학섬유와 혼방물이 좋다.
어린이옷이라고 해서 전적으로 위생적이고 실용적인 것만을 찾을 수는 없다. 옷에서 꿈을 기르고 단정하고 아름다운 표정을 길러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장식이나 강한 원색은 어린이가 옷에 눌려 귀여워 보이지 않는다. 때때로 어린이옷을 어른들의 유행과 비슷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인간 형성에 가장 소중한 시기에 유행을 따르는 버릇을 미리 길러줄 필요는 없다. 가능하면 평소의 놀이 옷과 발표회나 모처럼의 외출용을 구별해서 마련해줄 수 있으면 이상적이다. 또한 새 옷은 무조건 외출복이고 헌옷이 되면 평상복으로 입힌다는 관념은 합리적인 의생활일 수 없다. <장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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