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中 관계, 경색 접고 해빙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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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랭한 기운이 맴돌던 영국과 중국 관계가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의 방중일정으로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5일 일정으로 중국 방문길에 오른 오스본 장관은 방중기간 마카이(馬凱) 중국 부총리를 만나 양국 간 경제 협력 및 무역 확대 방안을 논의했으며 중국 측에 선물 꾸러미를 내놓았다.

우선 오스본은 중국인의 비자 취득 절차를 간소화했다.

오스본 장관은 "양국 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 중 하나로 중국인의 비자 취득 절차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인의 영국 비자 발급 조건이 간소화되면 비자 신청 후 1주일이 걸리는 현 규정을 대신해 24시간 이내에 비자가 발급되는 '우선(Super-priority) 비자'를 도입한다.

현재 중국인의 유럽 여행이 증가하고 있지만 영국은 유럽 내 다른 나라와 달리 비자 문제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여행 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은 비자 발급 간소화 추진을 통해 더 많은 여행객을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의 유럽 소비 규모가 평균 1676파우드(약 286만원)으로 글로벌 평균의 3배에 달하고 있는 만큼 '비자 간소화'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또 적극적으로 원자력발전소의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게 영국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 투자도 개방한다.

이에 따라 영국은 중국 원자력발전소 건설회사인 중국광허그룹의 원전 건설사업 자본 투자를 허용할 계획이며 광허그룹은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추진하는 140억 파운드(약 24조원) 규모의 이 원전 건설사업에 다수 지분을 갖고 참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국영은행을 영국에 법인영업을 할 수 있는 지점을 설립할 수 있도록 규제 장벽을 철폐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중국 3대 국영은행은 지난해 영국 정부의 규제에 대한 반발로 런던에 있던 거점을 룩셈부르크로 옮긴 바 있다.

특히 오스본 장관은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보안 등을 이유로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화웨이 본사도 방문해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대규모 투자로 영국에 화답한다.

중국 건설사인 베이징젠공국제건설공정유한공사(BCEG)가 14일 영국 맨체스터 공항 상업지구 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맨체스터 공항그룹 등과 함께 이번 프로젝트에 총 8억파운드(약 1조3680억원)을 투자해 공항 인근 50만㎡ 규모 부지에 오피스빌딩, 호텔, IT단지, 운송·창고 기지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맨체스터 공항은 현재 유럽 내 가장 큰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 중 하나로 이를 통해 1만6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가 추진중인 15억 달러 규모의 런던 로열 앨버트 부두 금융단지 조성 사업 등에 대한 협의를 통해 협상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룽그룹 역시 5억파운드를 투자해 런던 남부에 위치한 빅토리아시대 랜드마크인 크리스탈 팰리스(수정궁) 재건 프로젝트에 나선다.

지난해 중국은 영국에 대한 투자를 큰 폭으로 늘렸다. 실제 지난해 10건의 영국 기업 M&A를 성사시키며 총 투자 규모는 8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 3년간 중국의 영국 투자 총액에 맞먹는 규모다.

달라이 라마의 영국 방문으로 틀어졌던 외교관계가 봉합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의 대 영국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됐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과 영국은 양국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로 양국 관계 호전은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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