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가상 도서관으로 연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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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크로싱닷컴의 회원들은 '읽기(Read), 쓰기(Register), 양도(Release) 등 '북 크로싱의 3R'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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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은 자유로워지고 싶다?

북크로싱닷컴(BookCrossing.com)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이 때문에 이들이 미국 최초의 공공 도서관 제안자 벤자민 프랭클린이 만들었을 법한 '세계의 가상 대여 도서관화' 발상을 떠올리게 됐을 것이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운동이 '정보는 자유로워야 한다'는 개념을 대중화시키고 있지만, 책을 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이들이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공공 도서관이라는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은 프랭클린이다.

금전 지상주의에 대한 반대

'문학의 카르마(karma of Literature)'라고 소개하고 있는 무료 서비스 북크로싱닷컴에 들어가라. 사람들은 오프라인 북 클럽에서와 마찬가지로 책을 읽고, 서평을 쓰며, 온라인에서 토론을 한다. 그러나 이곳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책과 지식은 모든 이들에게 속한다는 신념에 따르기 위해 회원들은 읽기(Read), 쓰기(Register), 양도(Release) 등을 뜻하는 '북크로싱의 3R'을 따르고 있다. 이들은 번호 체계를 통해 자신들의 책을 기록한 뒤, 이를 '자유롭게 풀어준다'.

북크로싱의 회원들은 북크로싱 등록 표지가 붙은 책을 아무곳에나 둘 수 있다. (이 표지 스티커에는 종종 '이 책을 팔지 마세요'라는 권고 내용이 들어간다.) 흔히들 커피숍이나 슈퍼마켓 등에 책을 놓지만 모험을 좋아하는 이들은 버스 정거장이나 공항에 책을 두기도 한다.

이것은 어느 정도 폐품 찾기 같은 일이 된다. 북크로싱 회원들은 웹사이트에 자신들이 각각의 책을 둔 장소를 공지한다. 이 사이트에서는 책 제목과 책을 둔 장소, 또는 회원 이름으로 검색을 하거나 '고 헌팅(go hunting)'이라는 검색 방법을 통해 책을 찾을 수 있다.

이곳이 인연이 생기는 장소다. 여기에는 '무언가를 사랑한다면 자유롭게 풀어주라'라는 말과 '네 빵을 물에 던져라'라는 의미가 섰여 있다.

그게 아니라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사는 북크로싱 회원 매리 하비처럼 "당신이 내놓은 책 중 하나를 누군가가 발견하는 즐거움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저 누군가가 자신의 책 중 하나를 찾아냈다는 것을 알고, 이후 그들이 그 책을 내놓는 것을 보며, 그 책의 행방을 쫓는 일이 즐겁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

북크로싱의 회원 중에는 어린이들도 있다. 8살된 한 어린이는 이 사이트에 서평을 올리고, 놀이터를 비롯해 다른 아이들이 찾을 수 있는 곳에 자신의 책을 두곤 한다. 교사들 또한 아동용 서적을 읽고, 배포하기 위해 이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정치와 사회

산드라 크레치오크는 정치적 행동의 하나로 북크로싱을 이용하고 있다. 그녀는 이 사이트가 자신에게 지니는 가장 큰 가치는 "거대 출판사가 크게 광고하지 않는 책들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유명세를 얻지 못한 무명 작가들의 책을 찾아내는 것을 좋아한다.

인터넷은 이 같은 커뮤니티를 촉진하고 있다. 물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사람을 배제할 가능성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인터넷 접속 여부와는 상관 없이 누구나 '자연'으로 풀려나온 책들을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북크로싱의 회원인 테레사 레비는 배낭여행객이나 세계를 항해하는 이들이 여행 중 (북크로싱닷컴에) 로그온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 들르는 있다고 적고 있다. 그녀는 다음번 자신의 언니가 여행을 갈 때 북크로싱에 등록한 책 한 묶음을 보낼 계획이다.

만일 이 같은 발상이 유행한다면 세계를 벽이 없는 도서관으로, 온라인에서 도서목록을 제공하는 가상 대여 도서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발상이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북크로싱의 회원인 마리엔 슈탈은 "중요한 것은 당신이 좋아하는 책을 돌려보는 것이며,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CNN)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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