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9개월』…자유의 첫 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인천=임시취재반】서해로 풀려난 신양호 등 6척32명의 납북어부들이 22일 밤 11시 인천항에 도착, 시내 「뉴아폴로」여관서 자유의 첫 밤을 보냈다. 이들은 지난 20일 하오 1시쯤 북괴의 억류를 벗어났으나 심한 풍랑으로 백령도와 대청도에서 발이 묶였다가 3일만에 인천에 닿은 것. 이들은 22일 저녁 9시쯤 해경 865함과 871함의 예인으로 인천 외항 해상검문소에 도착, 마중 나간 관계관들에게 『이제 살았습니다』고 외치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으나 풍랑에 지쳐 초췌한 얼굴이었고 말수도 적었다. 이들은 감색 작업복 차림이었고 손에는 북괴제 담배, 쌀, 돼지고기 등이 들려 있었다.
3일 동안 초조히 귀환을 기다려 온 가족들은 이날 밤 여관 앞에 몰려 차례로 「버스」를 내리는 아빠와 남편들을 흥분의 눈물로 맞았다.
어신호 선원 김병국씨(55)의 맏딸 춘옥양(19·서울 서대문구 북 가좌동)은 정신이 이상한 듯 멍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버스」에 매달려 『아빠, 아빠』를 외치며 몸부림쳤고 제7남일호를 탔던 김창옥씨(58)의 누이동생 은경씨(38·서울 마포구 창전동 28의95)는 『약간 희었던 오빠머리가 온통 하얘졌다』며 9개월간의 억류에 치를 떨었다.
은경씨에 의하면 김창옥씨는 대청도에 사는 조모 백씨(84)를 모시러 가다 변을 당했다는 것.
멀리 전남 무안에서 제7남일호 선원인 김동식씨(41)를 마중 온 동생 종환씨(36)는 형의 모습이 보이자『형님, 걱정 마시오』하며 감격의 환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날 여관 앞엔 20여 명의 가족·친지들이 마중을 나왔다.
어부들은 인천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고 서울로 가 계속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어부들은 억류된 9개윌 동안 날마다 6시간씩 공산주의사상교양을 받았으며 주기적인 시험을 치렀다고 한 조사관이 전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